6·17 대책 한달…강남 4구 갭투자 절반으로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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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 6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강남권 지역의 갭투자(전세를 안고 구입) 거래가 6월과 비교하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지역에서 3억원을 넘는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대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3억원 이하 주택은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24일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갭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권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이뤄진 갭투자는 860건으로 집계됐다. 6월 1885건과 비교해 54.4% 감소했다. 강남구의 경우 500건에서 229건으로 줄었다. 서초구는 368건에서 224건으로 감소했다. 송파구, 강동구도 각각 624건→211건, 393→196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 건수는 3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구매자가 낸 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보증금 승계 후 임대 목적'으로 기재된 경우를 집계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체 계약 건수가 6월 보다 37% 늘어난 상황에서도 갭투자 건수가 줄어들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17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매입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기로 한 규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6·17 대책은 지난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갭투자 비율 측면에서도 지난달 서울의 주택 거래에서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36.1%로, 3월부터 3개월 연속 올라 6월에는 40.8%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하락 반전했다. 강남구의 갭투자 비율은 6월 66.0%에서 7월 56.5%로 9.5%포인트 떨어졌다. 송파구(46.2%) 6.9%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3억원 이하의 아파트 가격이 뛰는 현상이 나타났다.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과 아파트 단지에 매수세가 몰리면서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1단지 전용 53.16㎡ 아파트는 지난 6월 17일 이후 이날까지 총 17건의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이 단지의 직전 최고가는 6·17 대책 발표 전인 6월 11일 기록된 2억88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27일 3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김상훈 의원은 "수십 차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민과 사회초년생이 접근 가능했던 중저가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이마저도 갭투자에 따른 매물 부족으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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