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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으로 강릉고 대통령배 우승 이끈 유격수 김세민

중앙일보

입력

22일 제54회 대통령배 결승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김세민(오른쪽 둘째). 임현동 기자

22일 제54회 대통령배 결승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김세민(오른쪽 둘째). 임현동 기자

세 번의 준우승을 날린 시원한 홈런이었다. 강릉고 유격수 김세민(17)이 창단 첫 우승을 이끄는 시원한 한 방을 터트렸다.

신일고와 결승전 7회 승부에 쐐기박는 3점포 #롯데 출신 김철기 강릉영동대 감독 2세

강릉고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전통의 강호 신일고를 7-2로 꺾고 197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배 정상에 올랐다.

6회까지 두 팀은 1-1로 팽팽하게 맞섰다. 신일고 사이드암 지명성은 홀로 마운드를 잘 지켰고, 강릉고는 2학년 최지민(2와 3분의 1이닝)에 이어 에이스 김진욱이 뒤를 이었다.

7회 강릉고 김예준이 결승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는 장면. 임현동 기자

7회 강릉고 김예준이 결승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는 장면. 임현동 기자

균형은 7회 초 깨졌다. 선두타자 김예준이 좌전안타를 치고나간 뒤 상대 실책을 틈타 2루까지 내달렸다. 허인회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이동준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고, 김예준은 홈을 파고들었다. 투수 지명성은 곧바로 공을 잡아 포수에게 건넸고, 태그를 했으나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2-1. 그리고 1사 1, 2루에서 김세민이 왼쪽 담장을 넘은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사실상 우승을 결정짓는 축포였다.

김세민은 "너무 좋다. 그동안 결승에 올라왔는데도 한 번도 우승을 못 해서…야구도 잘 안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확 풀렸다"고 웃었다. 그는 "짧게 하나만 치자는 생각으로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김세민은 "경기 중에도 '이러다 뒤집히나' 걱정을 하면서도 우리에겐 김진욱이란 최고의 투수가 있기때문에 자신감 있게 했다"고 했다.

강릉고는 지난해부터 이번 대회 전까지 세 차례 전국대회에서 모두 준우승했다. 좋은 성적이지만 우승이 없어 선수들에겐 아픈 추억이기도 했다. 김세민은 "(경기에서 진 것이)진짜인가 멍했다. 현실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하려고 했다. 결승을 앞둔 어제도 운동을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야구인 2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정후(키움), 박세혁(두산), 유민상(KIA), 강진성(NC), 이성곤(삼성) 등이 돋보인다. 김세민 역시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 김철기 강릉영동대 감독이 바로 김세민의 아버지다. 김 감독은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롯데에서 뛰었으며 영동대를 10년 이상 지도하고 있다.

김철기 영동대 감독

김철기 영동대 감독

강릉고 김세민

강릉고 김세민

김세민은 "아버지가 감독이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사실 아버지는 많이 반대하셨다. 힘든 길이란 걸 아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가 하겠다고 우겨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야구인이라)모든 면에서 조심스럽지만 불편하진 않다. 아버지가 집에선 야구 얘기를 일부러 안 하신다"고 했다.

대통령배는 김진욱을 비롯한 3학년들의 마지막 무대였다. 하지만 강릉고는 앞으로 1,2년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세민을 비롯한 1, 2학년들의 기량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을 좋아한다는 김세민은 "잘 치고, 잘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2학년들도 잘 하기 때문에 상대팀의 견제를 받겠지만 더 열심히 해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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