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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피 내보내자”…배현진에 하태경·원희룡도 '극우 손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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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리 세계를 한번 진단을 해봐야 될 것 같다.” (원희룡 제주지사)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21일 미래통합당에서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보수 세력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태극기 세력 중 상당수는 통합당 지지층이기도 해 당은 절연도 동행도 못했는데, 광화문 집회 사태를 계기로 거리를 두려는 기류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 뉴스1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에 나와 광화문 집회에 간 김문수 전 경기지사, 차명진 전 의원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들을 겨냥해 “카메라에 주목받고 싶고 박수 소리에 취하고 계신 것 같다”며 “그게 오히려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또 국민의 지지를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심리세계를 한번 진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극우 손절’ 대열에 합류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광훈 세력에게 간청한다”며 “제겐 총질해도 상관없으나 우리 국민에겐 총부리를 겨누지 말아 달라”고 썼다. 또 “보수의 인적 풀도 이제 교체되어야 한다. 썩은 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도 더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가세했다. 김 교수는 차명진 전 통합당 의원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더는 민주화 운동을 더럽히지 말고 통합당에는 신경 끄고 코로나 완치에 집중하라”(20일)고 했다. 그는 “김문수 전 지사와 다니더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형수에게 고백한 것처럼 ‘하는 일마다 꼬이는 이유’를 스스로 성찰해 보라”고 주문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관련해 배현진 통합당 의원은 김 전 지사와 장외 공방을 치르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자가격리자와 함께 있으니 검사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이 영상이 논란거리가 되자 배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병원에 가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이다. 검사가 어렵다는 생각도 한 적 없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야당 대변인이라는 분이 이건 무슨 홍두깨인지”(2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라고 맞대응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교안 체제 통합당이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20일 밤 페이스북)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전광훈 세력과 선을 긋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저 인간들하고 놀아난 게 황교안 체제까지의 통합당”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 시절 황교안 대표가 광화문 집회와 단식 투쟁에서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성향의 보수 기독교 단체 등과 연대했는데, 지금 그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진 전 교수의 진단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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