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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1년… 해법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과연 의약분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문제가 많지만 자전거처럼 계속 굴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기서 멈추면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약국들은 분업에 대비해 장소이동.의약품 구비 등에 수조원을 투자했다. 병.의원들은 조제실을 없애고 약사를 줄이는 등 대비를 했다.

그것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의료계는 현재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약 조제 장소를 의료기관과 약국 중 어디서 할지를 환자가 선택케 하자는 것이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조제할 때 돈을 더 부담케 해 경제적 동기로 선택권을 주자는 말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약사들의 저항이 만만찮을 게 뻔해 또 한번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따라서 의약분업의 누더기를 기우면서 순차적으로 고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열쇠는 분업의 주체인 의사와 약사, 그리고 환자가 쥐고 있다.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의.약간의 갈등이다.

양자가 협조만 잘 한다면 의약분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중앙회 또는 지회 차원에서 의.약 협력위원회를 가동해 양자가 머리를 맞대면 환자 불편, 약물 오남용, 재정 절감 등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건강연대 강창구 정책실장은 "의사가 처방약 목록을 제때 공개하고 처방약을 바꿀 때 약국에 미리 알려줘 대비하게 하면 환자 불편의 상당수는 없앨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단골약국제를 도입할 수 있다. 환자가 지정한 단골약국으로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 미리 약을 조제토록 함으로써 조제대기시간을 줄이고 환자의 약력(藥歷) 관리도 가능해진다.

의.약사가 상의해 고가약을 약효가 같은 중저가약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주사제.항생제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의사의 진료 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 관행적으로 이를 처방해 왔고 환자도 이에 길들어 왔다. 개선의 열쇠는 의사가 쥐고 있다. 약발이 늦게 듣더라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처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약사의 기능도 되살려야 한다.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는 약국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노력들이 전제돼야 환자에게 불편을 감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의약분업은 불편을 전제로 한 제도라는 정부의 홍보가 먹힐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5월 초) 환자들의 67%가 "의약분업으로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등의 절차가 불편하지만 이 불편을 참을 만하다" 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약 갈등은 잠복해 있는 시한폭탄에 가깝다. 의사들은 당장 7월부터 진찰료.처방료 통합, 차등수가제 등을 거부하기로 선언했다. 약사들은 주사제를 분업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약사법 개정안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따라서 당분간 의.약간 협조체제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정부나 정치권의 설득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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