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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득 늘었다는데, 재난지원금 빼면 5.3%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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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언뜻 보면 나아진 듯하지만, 뜯어보면 나빠졌다. 2분기 가계소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에도 늘었다. 소득 격차도 좁아졌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을 빼면 살림 형편은 오히려 나빠졌고,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근로소득 사상 첫 모든 계층서 감소 #사업소득은 -4.6% 역대 최악 기록 #분배지표 개선도 재난지원금 효과 #“코로나 재확산 3분기가 더 문제”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그러나 ‘일해서 번 돈’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5.3%, 4.6% 감소했다. 재산소득도 11.7% 줄어들었다. 가계의 3대 소득원이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는 2003년 통계 작성 후 처음 있는 일이다.

2분기 가계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가계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근로소득은 사상 최대 감소 폭(-5.3%)을 기록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고, 코로나 불황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가 4월(-78만2000개)·5월(-65만3000개)·6월(-49만4000개) 모두 감소한 영향을 바로 받았다. 중산층 이상도 휴직이 늘고 초과수당과 성과급 감소로 벌이가 줄었다. 자영업 등 개인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사업 소득 감소(-4.6%)도 역대 최대다.

2분기 가계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가계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결국 전체 소득 증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의한 일회성 증가였다. 정부가 주는 공적연금·사회수혜금 등의 공적이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27.9% 급증했다. 이전소득 전체로 보면 80.8% 증가해 역대 최대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갔다.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최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원 수 평균이 2.34명이고 최고소득층인 5분위는 3.52명이라 5분위 쪽에 재난지원금이 더 갔다”고 설명했다.

2분기 분위별 주요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분위별 주요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집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식료품·음료(20.1%), 가정용품·가사서비스(21.4%) 등의 지출은 늘고 의류·신발(-5.8%), 오락·문화(-21%), 교육(-29.4%), 음식·숙박(-5%) 지출은 줄었다. 영양보조제·마스크 등의 구매가 늘어 의약품(4.1%)과 의료용 소모품(240%)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낮아졌다.

세금이나 사회보장료 지출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 분야에선 비경상조세가 전년 동기 대비 153.2% 급증했다. 정동명 국장은 “비경상조세가 증가한 것은 부동산 취득세 등의 조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득격차 개선...‘재난지원금 효과’빼면 오히려 악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득격차 개선...‘재난지원금 효과’빼면 오히려 악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분배 지표 역시 겉은 개선됐으나, 속은 악화했다. 2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는 하위 20%(1분위)보다 4.23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에는 4.58배 차이였다. 각종 정부 지원금은 늘어난 반면 전반적인 근로 소득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뺀 5분위·1분위 격차는 지난해 2분기 7.04에서 올해 2분기 8.42로 오히려 커졌다. 1분위 계층의 가계수지도 전 분위 중에서 유일하게 적자(-1만1000원)를 냈다.

재난지원금 영향이 줄어드는 3분기 전망은 어둡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분기에 소득분배 개선 흐름이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지금처럼 재정지출을 계속 늘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재정지출은 정말 피해가 심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남준·임성빈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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