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인공심장 수술 이후…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로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체내이식형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끝내 숨졌다.

벌써부터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말기 심부전 환자라지만 한 달은 살 수 있었는데 성급하게 수술해 12일만에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술적 의미와 달리 12일이란 생존기간은 의미가 크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1963년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스타즐 박사는 세살밖에 안된 담도폐색증 환자에게 세계최초로 간이식술을 시행했다. 불행히도 환자는 출혈 부작용으로 수술 도중 숨졌다.

1967년 남아공 버나드 박사에 의해 시술된 사상 최초의 심장이식수술 환자도 18일만에 숨졌으며, 1984년 미국 로마린다 대학에서 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도 20일만에 사망했다.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은 누구에게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용기있게 자원한 환자와 개척 정신을 가진 의사들 덕분에 오늘날 간이식과 심장이식은 죽어가는 많은 환자를 살리는 첨단의학의 꽃으로 화려하게 자리잡았다.

체내이식형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차세대 의학의 핵심과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의 인공심장 아비오코 조차 1개월 살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2개월 연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1개월 더 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기증자가 나타나 심장이식수술을 받을 경우 완치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식한 심장이 환자의 심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므로 세계최초는 아니란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누구나 세계최초로 인정하고 있는 남아공 버나드 박사의 심장이식수술도 환자의 심장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폐를 밀어내고 기증자의 심장을 이식한 방식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록 심장을 남겨둔 채 복부에 이식하지만 기능적으로 인공심장과 똑같다는 것이다. 열매는 씨를 뿌린 자만 거둘 수 있다. 지금은 모처럼 거둔 국내 의학계의 개가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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