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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면 신바람 난다…'아빠' 허경민에 이형종까지 맹타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선 '애를 낳으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산 이후 홈런을 펑펑 날리면 '분유포' 혹은 '분유파워'라고도 한다. 아이 분유 비용을 벌기 위해 책임감이 강해지면서 홈런을 치는 등 성적이 오른다는 의미다. 올해도 아빠가 된 선수들이 유독 잘하고 있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LG 이형종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LG 이형종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아들을 낳은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31)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복귀했다. 그리고 1-1로 팽팽했던 3회 말 2사 주자 1루에서 1타점 3루타를 날려 승부를 뒤집었다. LG가 10-1로 KIA를 이기면서 이형종의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이형종이 애를 낳고 와서 오늘 아주 잘할 것이다. 나도 예전에 아내 임신과 출산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아서 홈런을 친 적이 있다"고 예상했는데 적중했다.

이형종은 지난 5월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왼 손등 골절 부상을 당해 올 시즌을 마감할 뻔했다. 두 달 넘게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지루한 재활에 매진했다. 그때 그에게 힘을 준 건 아내 배 속에 있는 아들이었다. 지난달 10일 1군에 복귀한 이형종은 초반에는 타격감이 잘 올라오지 않았지만, 8월 들어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KBO리그에는 1군 등록일수를 인정받는 5일의 출산휴가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형종은 타격감을 잃지 않기 위해 출산휴가를 이틀만 썼다. 그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원래는 출산휴가를 안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제왕절개분만으로 결정하면서 일부러 경기가 없는 17일(월요일)에 낳기로 했고, 다행히 경기를 하루만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그의 뜨거운 방망이는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형종은 "아빠가 되어서 기분이 좋다. 아이가 생기면 야구를 잘한다고 하던데, 마음이 들뜰 때라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에서 두산 허경민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2루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에서 두산 허경민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2루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30)도 지난달 11일 딸을 출산하고 펄펄 날았다. 7월 월간 타율 0.494를 기록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월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허경민도 올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월 코뼈를 다치는 바람에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퓨처스(2군) 선수단 캠프에 동행했다. 지난 6월에는 오른쪽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로 20여일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6월 2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복귀한 후, 공백기가 무색할만큼 매서운 방망이를 보여줬다. 그리고 7월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허경민은 "야구하면서 이런 날이 오는 것을 상상했는데 현실이 됐다. 주변에서 아이가 생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며 기뻐했다.

키움 불펜투수 김태훈. 정시종 기자

키움 불펜투수 김태훈. 정시종 기자

키움 히어로즈 불펜투수 김태훈(28)은 지난 5월 4일 딸을 낳았다. 그러면서 1군에 개막 6일 만에 합류했다. 이후 필승조로 활약했다. 32경기에서 4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5승, 8홀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고 있다. 3점대 평균자책점은 지난 2012년 프로에 온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지난 6일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잠시 이탈했지만, 손혁 키움 감독은 김태훈의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김태훈은 "아이를 낳았으니 야구도, 가족에게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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