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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임대료·생활비 월100만원…노인 천국 파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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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6)

26일 차,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다

아침 식사 후 파타야로 가기 위해 여행사에 들렀다. 10시 30분 숙소에서 픽업해 주는데 250밧이란다. 파타야로 가는 버스표를 예약하고 시간이 남아 식당 거리로 가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셨다.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파타야는 타이만의 동쪽 해안에 있는 유명한 휴양지로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145km 정도 떨어진 촌부리주에 있다.

4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이었으나 베트남 전쟁 때 병사들이 휴가를 즐기러 오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지 주민은 20만 명이나, 외국인 등 유동인구는 100만 명이나 되고, 호텔이 7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 스포츠 시설과 해변이 있고, 유럽에서는 노인의 천국으로 불린다고 한다. 완벽에 가까운 의료 시설과 클럽 및 레스토랑이 갖춰진 예술문화의 도시이며 놀이동산·자연농원·동물원 등 자연테마공원이 즐비하다. 반경 1시간 이내에 골프장이 20여 곳 있고, 안마·테라피·실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숍도 무수히 많다. ‘별빛이 쏟아지는 곳’ 파타야, 이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도시다.

파타야 해변 풍경. [사진 조남대]

파타야 해변 풍경. [사진 조남대]

이제 한 달 배낭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관광했는데 여유를 갖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택했다. 10시 반에 여행사 앞에 도착하자 승합차로 터미널까지 태워준다. 중간에 아유타야로 가는 사람을 내려주고 우리는 방콕 남부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 40분 이상 시간이 남아 터미널 안에 있는 약국에 가서 경희 친구가 태국에 가면 사 달라고 부탁받은 약을 사고 왔더니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12시에 정확히 출발한다. 시내를 벗어나자 쭉 곧은 왕복 6차선의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2시 40분 파타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파타야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좀 쌀쌀했던 북부지방에서 남쪽의 도시로 온 것이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군기지가 건설되자 미군의 휴양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전쟁 후에도 서양 관광객으로부터 남국의 낙원으로 불리는 파타야에 내가 온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지 기대된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바닷가로 가기 위해 송태우나 택시를 확인해 보니 200밧을 달라고 한다. 요금을 깎는다고 뜨거운 햇빛 아래 이리저리 다니며 흥정하느라 2시간을 보내다 겨우 150밧을 주기로 하고 해변으로 오는 중에 또 운전사와 트러블이 생겨 중간에서 내렸다. 돈 50밧 아낀다고 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2시간을 허비했다. 50밧은 겨우 1500원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참 부질없는 여행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허기진 상태로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조금 쉰 후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끌고 해변 근방 골목으로 들어가 숙소를 물색했으나 게스트하우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아파트먼트(Apartment)’를 빌려준다는 안내가 있어 들어가 확인해 보니 여기서는 아파트먼트를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수영장이 있는 멋진 숙소

숙소 옥상에 있는 작은 수영장.

숙소 옥상에 있는 작은 수영장.

숙소도 깨끗하고 옥상에는 수영장도 있는 아파트먼트인데 800밧이란다. 모두 좋다고 해 방 2개 값을 지급하고 짐을 풀었다.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부킹닷컴 등으로 숙소를 예약할 경우 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면 될 텐데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으니까 해변 근방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또 캐리어를 끌고 방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등 불편을 겪는다.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하다 보니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어려움이 있다. 비용을 깎는 등 조금 아낀다고 옛날 방식대로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늦게라도 숙소를 구하여 다행이다.

파타야의 은퇴자들  

파타야 해변 야경.

파타야 해변 야경.

파타야 해변을 거니는 관광객.

파타야 해변을 거니는 관광객.

오늘 점심때 식사를 하다 옆자리에 한국인 관광객 2명과 가이드가 있어 여기서 한 달 생활비가 얼마 드느냐고 물어보니 집 임대료 30만 원과 생활비 등 합치면 1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몇 달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짐을 방에 가져다 놓고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으로 가는 길에는 야시장이 개설되어 있어 관광객이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는 등 북적인다. 대부분이 서양인이다. 바다 쪽을 바라보도록 극장식으로 의자가 배치된 테이블에 60~70대의 덩치가 크고 배가 불룩한 노인들이 친구와 함께 앉아 있거나, 현지 여성과 같이 또는 혼자 앉아 작은 맥주병을 앞에 두고 멍하니 있는 모습이 너무 생소하다.

은퇴한 노인이 따뜻한 곳에 와서 휴양하는 것 같았다. 눈의 초점도 없이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아무리 휴양하러 왔다고 하지만 삶의 의욕을 잃은 것 같아 처량해 보인다. 나이 많은 관광객은 현지 여자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성을 여기서는 ‘렌트 걸’이라고 하는데 여행 중이나 일정한 기간 함께 지내면서 안내를 하는 등 도움을 주는 모양이다.

시원한 파타야의 저녁

파타야 시내를 오가는 송태우. 노선 번호(662번)를 보고 방향을 확인한다.

파타야 시내를 오가는 송태우. 노선 번호(662번)를 보고 방향을 확인한다.

해변에는 어둠이 짙어 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산책하거나 돗자리를 깔아 놓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누워있기도 한다. 해변이나 다운타운 골목길에는 차량처럼 번호가 붙어있는 송태우가 수시로 오간다. 송태우가 자주 돌아다니기 때문에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같으면 세워 타면 된다. 자기 숙소 앞으로 다니는 송태우 번호를 알아놓은 다음 관광을 하다 그 번호의 송태우를 타고 있으면 숙소 앞으로 되돌아오는 시스템이다.

송태우를 보면 남편이 운전하고 옆자리에는 부인이 앉아 차비를 받는 경우가 많다. 목적지에 와서 내릴 때 10밧을 운전사에게 준다. 대부분 송태우가 해변을 거쳐 골목을 순환하며 다닌다.

바닷가에 내려 망고 주스를 한잔 마시며 조금 쉰 다음 과일과 맥주를 사 와서 숙소 현관 테이블에 앉아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오늘 버스를 타고 방콕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한 데다 더운 한낮에 숙소를 구한다고 여행용 가방을 끌고 돌아다닌 데 이어 해변 주변을 산책까지 한 관계로 피곤하여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이제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간다거나 숙소를 구하는 것은 별로 어려움이 없다. 자신감이 생겼다. 내일은 파타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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