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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방콕의 왕궁 앞에 바지 대여점이 있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5)

25일 차, 방콕 시내 관광

벽이나 기둥 등 주요한 부분이 에메랄드로 장식된 ‘에메랄드 사원. [사진 조남대]

벽이나 기둥 등 주요한 부분이 에메랄드로 장식된 ‘에메랄드 사원. [사진 조남대]

반바지는 입장 불가

우리 숙소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거리에서 걸어서 1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숙소 인근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고 11시경 왕궁으로 갔다. 택시를 타고 왕궁 근방으로 가는데 벌써 차량이 밀릴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빈다. 여행 중 처음으로 겪어보는 교통 지체다. 택시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길거리가 복잡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왕궁을 향해 간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시골같이 한적한 곳에서 여행을 다니다 방콕 시내로 왔더니 시끄럽고 복잡할 뿐 아니라 덥기까지 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녀 오늘은 처음으로 반바지와 남방을 입고 나셨다. 그런데 왕궁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병이 반바지를 입은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여자들의 경우 민소매나 짧은 치마 등도 안된다. 일행과 함께 다시 바깥으로 나와 왕궁 입구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자 바지를 빌리는 데는 50밧이고, 사면 100밧이라고 하여 헐렁한 바지 하나를 사서 입고 들어갔다.

복장 검사하는 곳을 그냥 통과하기에 입장료가 무료인가했더니 조금 더 들어가자 전철 톨게이트 같은 곳이 나타나 500밧을 내야 들어간다고 한다. 상당히 비싸다고 느껴진다. 방콕에 와서는 꼭 봐야 한다는 왕궁인데 입장료가 비싸다고 관람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인산인해다.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수많은 불상을 안치한 '프라 위한 엿' 사원(좌), 황금색 종 모양으로 사리가 모셔져 있는 '프라 씨 랏따나 제디' 사원(우).

수많은 불상을 안치한 '프라 위한 엿' 사원(좌), 황금색 종 모양으로 사리가 모셔져 있는 '프라 씨 랏따나 제디' 사원(우).

왕궁의 안으로 들어가면 앞에는 전통 타이 양식으로 지어진 짜끄리 궁전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아난다 사만콤 궁전과 비만맥 궁전이 있다. 왕궁 내에는 역대 국왕들이 살았던 궁전과 그 국왕들의 제사를 모시는 왕실 수호 사원인 ‘왓 프라깨우’ 일명 에메랄드 사원이 있다. ‘왓 프라깨우’ 본당 안 좌대에 정좌하고 있는 본존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이다. 옥빛의 신체에 금빛 의상을 걸친 불상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보트를 타고 수상가옥 관람

수상 마을 수로를 오가며 상품을 판매하는 조그만 보트.

수상 마을 수로를 오가며 상품을 판매하는 조그만 보트.

짜오프라야강에서 바라 본 79미터의 ‘왓 아룬’ 사원.

짜오프라야강에서 바라 본 79미터의 ‘왓 아룬’ 사원.

2시간에 걸쳐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을 관광하고 4명이 뚝뚝이를 타고 수상 시장을 가자고 했더니 수상가옥을 관광할 수 있는 선착장으로 데려다 준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모양이다. 이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1인당 900밧을 달라고 한다. 너무 비싸다며 깎아 달라고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 결국에는 4명이 1200밧을 지급하고 탔다. 처음 가격의 1/3을 내고 탄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한다. 우리와 함께 탄 서양인은 그냥 900밧을 다 주고 탄 모양이다. 그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 관광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달라는 대로 주면 안 되고 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가지를 쓴다고 보면 된다. 물건값, 숙박비 등 대부분이 그렇다.

보트는 수상가옥이 있는 마을의 수로를 따라 달린다. 수로에는 많은 보트가 관광객을 태우고 오간다. 보트를 타고 가다 보면 다양한 수상가옥들을 볼 수 있다. 예쁜 꽃을 내놓은 가옥도 있고 오랫동안 수리를 하지 않아 허물어지는 가옥도 보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갈증이 난다. 마침 그때 물건과 과일 및 음료수를 가지고 수로를 오가는 배가 있어 접근하자 달리던 보트가 정차한다. 맥주와 음료수를 샀더니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은 보트 운전사 것도 하나 사서 주라고 한다. 보통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또 달리다 보니 보트를 세우고 물속을 보라고 한다. 40~50㎝ 정도 되는 메기 같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물속을 다닌다. 이 주변에만 모여 사는 모양이다. 여기 있는 주민들이 먹이를 줘서 그런지 수백 마리도 더 되는 것 같다. 장관이다.

눈부신 새벽사원, 왓 아룬

짜오프라야강 돈부리 쪽에 있는 79미터의 ‘왓 아룬’ 사원.

짜오프라야강 돈부리 쪽에 있는 79미터의 ‘왓 아룬’ 사원.

1시간 정도 운행한다고 하던 보트는 40분 정도 타고는 ‘왓 아룬사원(새벽사원)’ 앞 선착장에 와서 멈춘다. 하선료와 사원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밖에서도 사원을 볼 수 있는 데다 그동안 사원을 워낙 많이 봐서 하선료만 지불한 채 사원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선착장 주변에서도 높이 79m의 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왓 아룬은 방콕 시내에 있는 400여개의 사원 중에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세계 최대의 주말 시장, 짜뚜짝

27개 구역에 1만 5천 개의 상점이 주말에만 열리는 세계 최대의 재래시장인 짜뚜짝 시장.

27개 구역에 1만 5천 개의 상점이 주말에만 열리는 세계 최대의 재래시장인 짜뚜짝 시장.

세계 최대 주말 시장이라는 짜뚜짝 시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걷기에는 날씨가 덥다. 여기서 이동할 때 택시를 타면 미터기를 켜지 않고 미터기 2~3배의 요금을 달라고 한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양심적으로 미터기를 켜고 가는 택시를 만나서 시장에 갔더니 98밧이 나온다. 대부분 기사는 200~300밧을 달라는 거리다.

짜뚜짝 시장은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주말에만 문을 여는 시장으로 4만여 평의 대지 위 27개 구역에 1만5000개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점포 수가 세계 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의류, 액세서리, 민예품, 장난감과 각종 식당과 길거리 음식 등으로 대부분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이다. 동남아 관광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상품값이 우리나라의 1/3∼1/2 정도라고 보면 된다. 물건값이 싸고 겨울에도 따뜻하니까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이다. 상점이 너무 많고 골목도 복잡하여 돌아다니다 길을 잃으면 찾기가 어렵다.

우리도 길을 잃으면 안내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녔다. 경희는 손녀 옷과 장모님과 어머니께 드리려고 작고 예쁜 손가방을 하나씩 샀다. 100밧이니까 3000원 정도인데 예쁘다. 더워서 시원한 과일주스를 사서 마시면서 다녔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으니까 생동감이 넘친다. 날씨가 더워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경희는 신이 나서 더 다니고 싶은데 남자 3명은 쉬거나,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해서 1시간 반 정도 이리저리 다니며 구경을 하다 200밧을 주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콕의 마지막 밤을 아시아티크에서

아시아티크의 야경과 대관람차.

아시아티크의 야경과 대관람차.

저녁을 먹으며 내일 일정을 이야기해 보니 방콕에서 중요한 것은 보았으니 파타야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오늘 저녁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 나이트 관광을 하자고 하여 어디로 갈까 물색을 하기 위해 찾아보니 아시아티크 추천이 제일 많다. 8시경에 택시를 타자 30분 정도 걸렸다. 여기에도 엄청난 사람들의 인파다. 각종 옷과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와 식당과 레스토랑 등이 있다.

방콕 시내 차오프라야 동쪽 강변에 있는 쇼핑거리인데 낮에 보았던 짜뚜짝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가게와 상품 등이 조금 고급스럽고 거리도 깨끗하다. 우리는 음료수를 사서 마시면서 돌아다니다 대관람차가 있어 타보기로 했다. 비용을 확인해 보니 450밧이다. 다른 물가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지만 타지 않을 수가 없다. 높이 올라가자 휘황찬란한 방콕 야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서울보다는 규모가 좀 작은 것 같으나 멋지고 아름답다.

바로 옆에는 차오프라야 강이 흐르고 강에는 각종 유람선과 크루즈도 다닌다. 유람선에서는 음악 소리가 크게 흘러나오고 무대에는 사람들이 모여 흥겹게 춤을 추고 있으니 배가 흔들리는 것 같다. 신나기도 할 것이다. 이국에 관광을 와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한잔한 상태이니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다. 우리도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재밌게 구경을 하다 10시경이 되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데 택시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다 엉뚱한 곳에 내려주고는 가버린다. 핸드폰 구글 지도를 켜 확인해 가며 어두운 골목길을 700m 정도 걸어서 숙소를 찾아왔다. 이제는 구글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생기고 또 지도도 정확하다. 대단한 시대다. 내일 아침에는 체크아웃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우리의 마지막 관광지이며, 휴양의 도시인 파타야로 간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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