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어린이 영양실조 방글라데시보다 심각"

중앙일보

입력

"북한 어린이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습니다. "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평양사무소의 리처드 브라이들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된 북한의 식량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용인에서 열린 '대북 협력 국제 비정부단체(NGO)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그는 지난 5월 평양에 부임했다.
a
- 북한의 식량 사정은.
"지난 4개월간 지속된 가뭄으로 북한은 보리.밀.감자 농사를 망쳤다. 지방은 이미 나물과 풀뿌리로 죽을 쑤어 먹는 형편이고 평양도 식량 부족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평양주재 세계식량계획(WF P)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재고량은 이달 말께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

-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실태는.
"북한은 95~97년에 겪은 극심한 기근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어린이들은 아직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6개월~7세 어린이의 62%가 발육부진 상태다.

또 30%는 빈혈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방글라데시보다 더 비참한 상황이다. 지난달 평안남도에 소재한 보육원을 방문했는데 어린이들이 초점이 풀린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이는 오랜 영양실조로 뇌신경이 제대로 발육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또 부엌에 가보니 솥에 풀죽을 쑤어 먹은 흔적이 있었다. 마음이 참 아팠다. "

- 유니세프의 주요 활동은.
"북한 어린이의 영양 및 보건환경 개선이 우리의 목표다. 유니세프는 이를 위해 지난해 1백여 군(郡)단위 병원에 고영양 우유 6백t을 공급했으며 2만6천개의 탁아소와 1만6천개의 유치원에 식량 자급을 위한 가축 사육, 온실 등을 지원했다. 또 임산부와 영양실조 어린이를 위해 5월부터 평양.신의주.원산.청진.함흥에 국수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

- 북한 당국의 협조는.
"접촉 창구인 북한 외무성(최수헌 부상)이 상당히 협조적이다. 북한 당국은 모니터링 활동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모니터링 이틀 전에 가고 싶은 곳을 통보하면 대개는 방문을 허용한다. 전기사정은 과거보다 개선됐다. 내가 거주하는 평양시 문수동 아파트에는 거의 24시간 전기가 들어온다. "

- 구호활동의 최대 애로점은.
"예산부족이다.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를 제대로 도우려면 최소 1천2백만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확보된 자금은 5백만달러에 불과하다. 한국민들도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유니세프의 대북 구호 활동에 좀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02-735-231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