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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규제 속에 태어난 섬 ‘허브섬’으로 환경부 장관님을 초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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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 경기도 광주시장

신동헌 경기도 광주시장

존경하는 환경부 장관님, 물 문제와 규제는 지방정부와 함께 풀어야 합니다.

47년 전인 1973년, 팔당댐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댐 건설은 큰 사건이었죠. 온 국민의 자부심을 확 끌어올리는 멋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 광주시 발전에 발목을 잡고, 천형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로부터 광주시는 자연스럽게 규제의 도시가 됩니다. 시 전체가 특별대책지역1권역과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됐고, 별도로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에 수변구역, 거기에 군사시설보호구역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악의 ‘규제 백화점 도시’가 바로 광주시입니다.

광주에서 가장 외진 작은 마을인 수청리, 3년 전 이 마을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잠시 먹먹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맑은 상수원을 지키기 위해 희생만 강요당할 뿐, 정작 이 마을 사람들은 십수 년째 제대로 된 맑은 수돗물조차 공급받지 못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수도권 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은 그냥 만들어진 물이 아닙니다. 광주시민의 눈물이 섞여 있습니다. 집 하나, 창고 하나 맘대로 지을 수 없는 가운데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러한 상황을 ‘특별한 희생’이라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규제에 대한 원망은 공장지대에서도 높습니다. 6000개 이상의 작은 기업이 모여 광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가보면 공장 형편은 대부분 70년대 팔당댐 건설 당시에 머물러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광주에선 번듯한 공장 하나를 가동하기 어렵습니다. 낡은 시설 때문에 팔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폐수 배출 우려는 끔찍합니다.

마을 안에 공장이 혼재해 마을인지 공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특대고시 15조로 인해 작은 규모의 산업단지조차 하나 없는 슬픈 현실이 대한민국 광주시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팔당호반에는 ‘허브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습니다. 비극적 6·25전쟁의 산물이 휴전선 비무장지대이듯, 많은 규제 속에서 태어난 섬입니다. 지금은 생태와 아름다운 풍광이 숨 쉬는 곳입니다.

이런 허브섬이 모두에게 ‘물의 정원’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허브섬은 경기도가 주최한 ‘경기퍼스트 정책공모’에서 당당히 1등에 선정돼 100억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을 수 있는, 허브가 넘실대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어필했겠지만, 대상 수상에는 오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의 의미가 더 크게 담겨 있을 겁니다. 광주시는 그 수상을 ‘이제 천형의 규제에서 벗어나 희망 줄을 잡아라!’로 해석합니다.

존경하는 환경부 장관님, 팔당호특별대책지역 규제는 30년 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6000달러 수준일 때 시작된 환경보전 수단입니다. 이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환경정책 보전수단도 선진화돼야 합니다.

환경부가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서 지역의 고민을 풀고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그간의 규제정책이 낡은 관념적 틀 속에 있었다면 과감히 떨쳐낼 용기가 필요합니다. 40만4500㎡의 허브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허브섬은 팔당 상수원 속에 있기 때문에 맘껏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을 비롯한 26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식수의 소중함을 홍보하기 좋습니다. 또한 수생식물과 멸종위기 곤충, 물고기를 체험할 수 있는 연못 및 습지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젠 보기 힘들어진 물장군과 물방개가 노닐고 금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한 생태공간이 보랏빛 라벤더가 넘실거리는 이곳 허브섬에서 실현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환경부 장관님을 광주시로 초대합니다. 오셔서 허브섬의 가능성을 꼭 한번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허브섬을 명품섬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발전을 옥죄는 환경규제 문제도 환경부가 앞장서서 광주시와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허브섬을 진정으로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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