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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해방전략당' 사형수의 딸 권재희, '구명' 나섰던 교수와 결혼

중앙일보

입력

권재희씨(왼쪽)와 한홍구 교수. [DJ엔터테인먼트, 한홍구TV 캡처]

권재희씨(왼쪽)와 한홍구 교수. [DJ엔터테인먼트, 한홍구TV 캡처]

SBS 드라마 '달콤한 원수'(2017년), MBC '좋은 사람'(2016년) 등에 출연한 배우 권재희(58)씨가 한홍구(61) 성공회대 교수와 두 번째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매일경제가 19일 보도했다. 권씨는 1980~90년대 배우로, 이른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권재혁씨의 딸이다. 한 교수는 역사학자로,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날 매체에 따르면 권씨와 한 교수는 오는 28일 별다른 예식 없이 가족들과 조촐한 결혼 서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준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8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노동운동에 대해 논의하던 재야 모임을 포착하고, 관련자 15명을 조사한 뒤 이들이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고 발표한 사건을 말한다. 권재혁씨는 이 단체의 당수로 지목돼 다음 해인 1969년 11월 4일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 집행으로 세상을 떠났다. 권재혁씨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그 해, 권씨는 7살이었다.

역사의 기록이 달라진 건 41년 뒤인 2009년 10월의 일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중정이 ‘남조선해방전략당’을 조직했다고 발표한 사건이 고문에 의한 조작임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다. 그 뒤 재심을 통한 진실규명의 과정을 거쳐 2014년 대법원에서 권재혁씨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교수는 물심 양면으로권재혁씨를 비롯한 국가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사정리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09년엔 언론에 권재혁씨와 관련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권재혁씨의 50주기 추도식에도 참여했다.

권씨는 미스 롯데 출신으로, K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개그맨 이하원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하나 뒀다. 이씨는 2016년 세상을 떠났다. 한 교수는 독립운동가 한기악 선생의 손자로,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역사학자다. 2000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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