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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음식점' 붙인 헌팅포차…집합금지 첫날 홍대는 북적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전 12시쯤 마포구의 한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김지아 기자

19일 오전 12시쯤 마포구의 한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김지아 기자

“매일 1시 노래 경연대회 개최. 자신감 충만한 사람들 전부 드루와~”

19일 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술집 앞 모니터에 적힌 문구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술집이지만, 노래경연대회를 한다며 손님을 유인하고 있었다.

집합금지명령 첫날 홍대앞 르포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부는 19일부터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 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합금지명령 대상은 코로나19 확산위험이 높은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뷔페 ▲PC방 ▲직접판매홍보관 ▲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총 12곳이다.

이날 홍대클럽거리엔 문을 닫은 술집도 있었지만, ‘XX포차’, ‘OO다방’ 간판을 걸고 운영하는 일부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들은 만석일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일반 술집들에도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일부 헌팅포차 앞엔 여전히 줄서”

19일 오전 12시쯤 헌팅포차앞에는 일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김지아 기자

19일 오전 12시쯤 헌팅포차앞에는 일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김지아 기자

오전 0시 30분쯤 20대들 사이 헌팅포차로 알려진 한 술집 앞엔 남성 2~3명이 입장을 위해 발열 체크를 하고 있었다. 이 술집 관계자에게 왜 문을 닫지 않냐고 묻자 헌팅포차가 아닌 일반술집이라고 강조했다. 헌팅포차 사장 김모씨(30)는 “헌팅포차로 알려지긴 했지만 일반 음식점과 다를바 없다. 요즘엔 헌팅하는 사람도 없다”며 “원래 클럽과 술집을 함께 운영했는데 지하에 있는 클럽은 문을 닫았고, 주점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운영하지 말라는 지침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헌팅포차가 아님을 강조하듯 입구에 ‘일반음식점’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두기도 했다.

이 포차에서 나온 이모씨(27)씨는 “어차피 사람들이 평소 10분의 1 수준이라서 자연스럽게 1~2m씩 거리두기 됐다”며 “내부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헌팅포차에는 입장을 하기 위해 남성 4~5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감성주점 아닌 일반 음식점” 영업지속

19일 마포구 한 헌팅포차 인근엔 '일반음식점'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19일 마포구 한 헌팅포차 인근엔 '일반음식점'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감성주점으로 알려진 또 다른 술집 역시 집합금지명령을 어기고 영업을 이어갔다. 오전 0시 40분쯤 이 주점엔 약 5분동안 손님 8명이 드나들었다. 내부엔 손님 20여명이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여기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며 “운영을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들어가기 전에 QR코드확인, 발열체크를 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한 클럽도 자신들의 영업장은 클럽이 아니라며 영업을 이어갔다. 이 영업장 관계자는 “DJ는 있지만 술만 먹고 춤은 안추니까 클럽 아닌 일반 펍(Pub)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대학생 김영환(22)씨는 “분명 클럽으로 알고 왔다”며 “친구가 군대휴가 나와서 오랜만에 홍대에 나왔는데 평소에 비해 사람들이 3분의 1정도 밖에 없을정도로 거리가 한산하다. 문닫은 클럽들도 많다”고 말했다.

“PC방은 11시부터 손님 안받아”

19일 오전 12시쯤 PC방 앞 집합금지 명령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19일 오전 12시쯤 PC방 앞 집합금지 명령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PC방과 노래연습장은 상대적으로 집합금지명령을 잘 지키고 있었다. 18일 밤 11시 50분 쯤 인근 한 노래연습장도 영업 마감을 위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노래연습장 관계자는 “평소엔 오전 6시까지 영업하는데, 오늘은 사장님이 12시까지 청소하고 문 닫으라고 했다”며 “갑자기 일을 쉬게 돼 당황스럽지만 어쩔수 없이 영업을 안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층 규모 빌딩의 대형 노래방도 평소엔 오전 5시까지 운영하지만, 이날은 0시20분쯤 조명을 끄고 영업을 중단했다.

PC방 주인이 받은 집합금지 명령을 알리는 문자. 김지아 기자

PC방 주인이 받은 집합금지 명령을 알리는 문자. 김지아 기자

마포구 인근 200석 규모 한 PC방 문앞엔 ‘8월 19일 00시부터 국가의 정책에 따라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PC방은 18일 밤 11시 30분부터 손님이 들어가면 “오늘은 영업을 12시까지밖에 안해 더 이상 손님을 안받는다”며 입장을 막았다. PC방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운 만큼 당연히 정부정책을 따라야하지만, 영업을 중단하라는 문자만 받았을 뿐 이를 어겼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자영업자들에겐 생계와 관련된 일인데 지원대책 등을 마련한 후 영업금지명령을 내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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