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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얘기 할수록 손해다" 돌연 공수처 속도 늦추는 與

중앙일보

입력

최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 중 하나는 ‘휴지기(休止期)’다. 미래통합당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6월 임시국회)과 부동산 관련 입법(7월 임시국회)을 밀어붙였지만 “향후 정기국회까지 이런 흐름을 이어가진 않을 것”(당 핵심관계자)이라면서다. 한 재선 의원은 “여야 사이 긴장이 아직 팽팽한 상태에서 또 다른 이슈에 드라이브를 걸기엔 국회 운영상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듯 전날(17일) 민주당 원내대표단 워크숍 이후 이른바 ‘개혁입법’ 추진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 관련 이슈를 포함해서다. 특히 전날 워크숍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과 관련해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하고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왔다고 한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검찰개혁’은 속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9~11월 석 달 정도는 당과 원내대표단 안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 [뉴스1]

최근까지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강경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과 관련, “7월 15일까지로 규정된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늘어져 현재는 위법 상태다.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18일)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전날 워크숍 종료 직후 취재진의 공수처 설치 관련 질문에 “논의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은 “공수처 출범은 이미 시한을 넘겼기 때문에 야당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는다면 9월 정기국회 때 세게 충돌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입법이 완료된 사안이라 부동산 관련 입법 때처럼 속전속결로 매듭지을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윤석열(검찰총장) 얘기가 나올수록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다”(수도권 재선 의원) “최근 검찰 인사 등 이미 힘 빼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당 관계자)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박주민(왼쪽부터)·김부겸·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박주민(왼쪽부터)·김부겸·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변수는 있다. 8·29 전당대회를 통한 당 지도부 교체다. 현재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모두 검찰 이슈와 관련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신임 당 지도부가 임기 초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갖고 또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다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실제 당 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지난 16일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의 호남권·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개혁입법’과 관련해 “넉 달 동안 우리가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부겸 후보는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욕을 먹어도 당이 먹겠다. 무소불위 기득권만 지키려는 정치검찰에 철퇴를 내리겠다”(노웅래)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이원욱) 등의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과 관련해 당내 대표적인 강경론자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단호하고 과감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며 “개혁추진 과정에서 저항과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과감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썼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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