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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불타는데 트럼프는 골프 쳐"…샌더스 '反트럼프 연대'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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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자신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자신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전당대회 첫날 유권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반(反) 트럼프 연대'였다. 진보진영 대표주자에서부터 공화당 출신 인사들까지 연사로 나서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한 '빅텐트' 로 모이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전당대회 첫날 #'진보' 샌더스에 공화당 출신도 지원 연설 #샌더스, 2016년 힐러리 지원엔 '미적' #이번엔 "트럼프 재선은 막아야" '빅텐트론'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연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었다.

대선 경선에서 중도하차했던 샌더스는 이날 트럼프를 집중 공격하며 진보층 유권자 설득에 나섰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급진적이라고 여겨지던 우리 아이디어가 지금은 주류로 들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진전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진보 진영의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관한 선거”라면서 “실패에 대한 대가는 너무 커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거론하며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다.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고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폭군 로마 황제 네로에 비유한 것이다.

샌더스는 2016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앙금이 쌓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막판까지 흔쾌히 지지하지 않았다. 샌더스 지지자들이 당에 불만을 품고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게 경합주에서 민주당의 패인으로 작용했다. 4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트럼프에 맞서 뭉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스스로 ”평생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거물급 정치인들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석해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평생 공화당원"인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참여해 "미국은 지금 교차로에 있다"면서 "지금까지 온 길을 4년 더 갈 수는 없다"면서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평생 공화당원"인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참여해 "미국은 지금 교차로에 있다"면서 "지금까지 온 길을 4년 더 갈 수는 없다"면서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으로 8년간 주지사, 18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2016년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도 출마한 "평생 공화당원"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지금 교차로에 있다"면서 "지금까지 온 길을 4년 더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과 나는 동의하지 않는 것도 많지만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정의를 추구하면 된다"면서 "우리 삶을 정상적이고 품위 있는 상태로 돌려놓을 사람은 바이든"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우르키자는 트럼프 지지자였던 아버지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트럼프 말을 믿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기저질환은 트럼프를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틴 우르키자는 트럼프 지지자였던 아버지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트럼프 말을 믿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기저질환은 트럼프를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였던 아버지를 코로나19로 잃은 여성도 지지 발언을 했다. 크리스틴 우르키자는 "마스크 쓸 필요 없고, 기저 질환 없으면 괜찮다"는 트럼프 대통령 말을 믿었던 아버지가 애리조나주 봉쇄가 풀린 뒤 코로나19에 걸려 5일 만에 숨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믿은 게 아버지의 기저질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첫날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년을 심판하기 위한 테마로 짜였다. 민주주의 복원, 코로나19 책임론과 인종 차별 철폐가 거론됐다.

초기 코로나19확산지였으나 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미국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면서 "미국의 영혼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코로나19 대응에 무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AP=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코로나19 대응에 무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AP=연합뉴스]

수도 워싱턴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길을 만든 흑인인 뮤리엘바우저 시장은 "내 딸이 마음 놓고 상점에 갈 수 있는 나라, 집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형제는 묵념의 시간을 이끌기도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이날 오후 9시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이름을 알린 할리우드 배우 에바 롱고리아 바스통의 사회로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나흘간 전당대회 일정 대부분을 화상으로 진행하는데, 바스통 소개로 연사들이 차례로 화면에 등장했다.

많은 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1인당 평균 연설 시간은 2분으로 책정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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