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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성 경쟁으로만 치닫는 민주당 당권 레이스…"쇄신은 어디에"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왼쪽부터), 김부겸,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왼쪽부터), 김부겸,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종반전(8월29일 정당대회)으로 접어들며서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더욱 충실히 청와대와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불을 지핀 국립현충원 ‘파묘(破墓)’ 논란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국민 다수는 현저한 친일파는 이장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며 “단지 대상이 누구냐 하는 것은 들쭉날쭉하다. 대상 선정이나 접근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엄중히 보고있다”는 식의 유보적 답변만 반복하던 ‘신중 행보’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 의원은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논란을 빚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서도 지난 16일 “당연한 조치다. 국가 공권력을 조롱하고 시민 건강을 위협했다”며 “방역에 도전하는 집단행동이 불 보듯 뻔한데도 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단에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체 없이 재구속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개혁안을 발표했다. 김 전 의원은 “전국정당·책임정당·포용정당 3대 당 혁신으로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책임지겠다”며 ▶폐해 개선을 전제한 지구당 부활과 당원자치회 활성화 ▶임기 내 개헌, 민생 개혁 입법, 행정수도 이전 완수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ILO핵심협약 비준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혁신 과제는 당 대표 2년 임기를 끝까지 완수하는 책임 당 대표 만이 해낼 수 있다. 자기 지지율 관리에 급급한 대선 주자 당 대표가 아니라,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자기를 희생하는 당 대표가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610명 늘었다. 안전 지키는 일에 신경 써야한다. 전공의 파업 취소해달라”는 글을 올리며 정부의 공공의과대학 확충정책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워크샾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워크샾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사실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은 최근 여론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측면이 있다. 지난 1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3.4%로 3년 10개월 만에 통합당(36.5%)에 밀렸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이 17%로 이재명 후보에게 2% 포인트 뒤처지며 7개월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 내부에서 쇄신론이 분출하는게 정치권의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당권 레이스에선 좀처럼 그런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절대 지지층인 권리당원들이 경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당권 주자들 입장에선 설령 청와대·정부의 노선에 불만이 있더라도 권리당원들을 의식해 지금은 말을 꺼낼 수가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에대해 당내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심·논쟁·비전 없는 3무(無) 비정상 전당대회다.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 설정 대해서도 언급하는 분이 없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 후보끼리 모여서라도 끝장토론을 해 전당대회가 분위기 전환과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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