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을 뒤에 숨긴 발언들은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정부를 비판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윤 의원이 반 전 총장을 향해 목소리 높인 것은 이번이 두 번 째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 총장의 성명을 읽고 한나절 고민한 끝에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이라는 직함을 달고 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반 전 총장이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윤 의원은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하시는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부는 최선의 예를 갖추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꺼낸 개헌론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개헌을 말씀하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한 순수한 충정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여러 영역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국가 원로의 깊은 혜안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다”면서도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3년간은 특별한 말씀이 없으시다가 최근 들어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시는 것도 죄송하지만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 고민해서 쓴 글이다. 페이스북에 표현한 그대로다”라고만 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번 모두 메시지를 낸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고 지금도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기후위원장을 하시는 분의 위치를 고려한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낼 수 있지만, 야당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논쟁하는 백 장군을 광복절 당일에 언급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 달 여 전에도 반 전 총장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지난달 8일 반 전 총장이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 참석해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해 “조급한 마음으로 구걸하는 태도”,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편견과 선입견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혀 근거 없는 평가”라고 반박하며 “국가 원로로서 일방의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원칙과 중심을 잡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윤 의원의 반응에 대해, 반 전 총장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사(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은 “반 총장이 낸 성명의 내용은 보지 않고 타이밍이 어떻다고 하는데 달은 안 쳐다보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계속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반 총장의 성명은 성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한 것”이라며 “그동안 수백번 얘기했지만 반 총장은 정치에 뜻이 있어서 한 얘기가 아니고 그건 여러분들도 다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에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윤 의원의 비판에 대해선 “광복절이야말로 백 장군을 얘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김다영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