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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쓴소리에…반기문 측 "보라는 달 안보고 손가락만 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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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적 목적을 뒤에 숨긴 발언들은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정부를 비판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윤 의원이 반 전 총장을 향해 목소리 높인 것은 이번이 두 번 째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 총장의 성명을 읽고 한나절 고민한 끝에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이라는 직함을 달고 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반 전 총장이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윤 의원은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하시는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부는 최선의 예를 갖추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꺼낸 개헌론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개헌을 말씀하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한 순수한 충정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여러 영역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국가 원로의 깊은 혜안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다”면서도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3년간은 특별한 말씀이 없으시다가 최근 들어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시는 것도 죄송하지만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 고민해서 쓴 글이다. 페이스북에 표현한 그대로다”라고만 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번 모두 메시지를 낸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고 지금도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기후위원장을 하시는 분의 위치를 고려한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낼 수 있지만, 야당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논쟁하는 백 장군을 광복절 당일에 언급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 달 여 전에도 반 전 총장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지난달 8일 반 전 총장이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 참석해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해 “조급한 마음으로 구걸하는 태도”,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편견과 선입견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혀 근거 없는 평가”라고 반박하며 “국가 원로로서 일방의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원칙과 중심을 잡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4일 중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에서 주한뉴질랜드대사관 기후토론회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4일 중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에서 주한뉴질랜드대사관 기후토론회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윤 의원의 반응에 대해, 반 전 총장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사(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은 “반 총장이 낸 성명의 내용은 보지 않고 타이밍이 어떻다고 하는데 달은 안 쳐다보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계속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반 총장의 성명은 성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한 것”이라며 “그동안 수백번 얘기했지만 반 총장은 정치에 뜻이 있어서 한 얘기가 아니고 그건 여러분들도 다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에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윤 의원의 비판에 대해선 “광복절이야말로 백 장군을 얘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김다영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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