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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文정부 작심 비판…윤건영 "정치적 목적 숨긴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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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운과 직결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변화를 뚫고 나갈 분명한 국가목표와 유효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아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15일 발표한 제 75주년 광복절 성명을 통해서다. 그는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국가 비전 부재의 이유를 “이념 편향, 진영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였고, 이에 따른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 정 총장은 “정부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으나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그리고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며 “그 속에서는 화합과 결속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들이 당장의 정치적 이득에 얽매여 이념과 진영논리에 따른 지지세력 구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숙고해 보기 바란다”며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별세한 고(故) 백 장군의 장지를 대전현충원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북한의 핵”이라며 “북핵불용,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와 평화통일이라는 목표와 원칙은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 담당자가 바뀌어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보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안보의식을 더 우려하는 세태 또한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임위 18곳을 독점한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기반으로 독주하는 21대 국회를 향한 실망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토론과 타협이 실종됐던 20대 국회와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이 크다”며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에 대해서도 “성찰과 철학이 결여됐다”며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에 맞게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이끄는 ‘기후변화 글로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윤건영 "순수한 충정으로 보기 어려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한편 반 전 총장의 성명에 대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오늘은 아니어야 했다”며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친일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한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면서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복절인 오늘, 친일 의혹 인사에 대해 걱정하시는 것은 역사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 최선의 예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여러 영역에서 오래 활동했던 국가 원로의 깊은 혜안은 우리 사회에 진한 울림을 주지만, 정치적 목적을 뒤에 숨긴 발언들은 반 전 총장이 말한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욱이 3년 전에 불과 3주 만에 국가 통합의 꿈을 접겠다고 물러섰던 분이,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3년간은 특별한 말씀이 없다가 최근 들어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죄송하지만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개헌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한 순수한 충정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사회적 논란이 있는 인물 한 분에 대한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가려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 원로가 안타까워해 주셔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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