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파업 첫날] 환자들 파행진료 '신음'

중앙일보

입력

일부 병원들이 파업을 시작한 13일 환자들은 폐쇄된 외래환자 창구 앞에서 발길을 되돌리는 등 곳곳에서 고통을 겪었다.

서울대병원.이대의료원 등 주요 대형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바꿨으며 예약환자가 반나절 이상을 기다리는 사태도 속출했다.

그러나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비상부서에는 노조측이 대부분 정상근무 체제를 유지했고, 일부 병원들은 이날 중 노사협상이 타결돼 '대란' 은 피했다.

◇ 도시락으로 끼니〓보건의료노조 산하 5개 병원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대병원의 경우 간호사.행정직 등 3백여명이 본관 로비에서 오전 10시 파업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측은 노조원 2천2백명 중 1천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평소 하루 1백15건이던 수술 일정을 미리 조정, 66건으로 줄여잡았다.

입원환자인 崔모(44.여)씨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며 "간호사가 거의 병실을 찾지 않아 불안하고 불편하다" 고 말했다.

◇ 헛걸음.진료 공백〓이대목동병원은 외래창구 12곳을 모두 폐쇄해 이날 오전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金모(37)씨 등 20여명의 환자들이 그냥 돌아갔다.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일곱군데의 방사선실 중 두곳 만이 가동돼 평소에는 바로 방사선 검사를 받았던 환자 60명이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오전에 이 병원에서 협심증 수술을 받기로 예정했다 취소된 박성달(66)씨는 "연기된 수술 일정만큼 늘어날 입원비는 누가 대신 물어주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종합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은 김애영(91.여)씨는 "3시간 넘게 병원측의 답변없이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다" 고 했다. 강남성모병원은 이날 노사간 협상이 타결돼 오후부터는 정상을 되찾았다.

여의도 성모병원의 경우 간호사 대부분이 오후 늦게까지 강남성모병원에서 집회에 참석해 간호사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 소란스런 분위기〓병원 로비에서 파업집회가 벌어진 서울대병원.강남성모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는 집회 소음에 대한 환자들의 불평이 빗발쳤다.

노모의 뇌졸중 치료를 위해 강남성모병원을 찾은 姜모(68)씨는 "파업을 하더라도 파업집회는 병원 밖에서 하라" 며 거세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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