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이상반응 속출, 접종연기 요청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부터 전국적으로 홍역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접종후 이상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접종연기를 요청하는 접종 대상자들이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백신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접종연기 신청자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홍역 박멸을 위한 일제예방접종 사업의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7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중학교에서 1학년생 민모(13)군 등 남.여학생 10명이 홍역 예방접종 뒤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세 등을 보여 인근 양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가운데 8명은 인근 한양대학구리병원과 서울 경희의료원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홍역 예방접종을 받은 경북 구미시 Y초교 6년 권모(12.도량동)군이 접종 이틀 뒤인 1일 붉은 반점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순천향구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에 앞서 같은달 29일에도 부산시 사하구 감천1동 감천여중에서 홍역.풍진 예방접종을 맞은 학생 966명중 14명이 심한 오한을 느끼고 호흡곤란을 겪는 등 부작용을 일으켜 경희병원과 부산대학병원 등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110만여명의 대상자중 62만여명에게 예방접종을 마친 경기도내에서 지금까지 모두 250명이 접종후 이상반응을 신고했으며 이 가운데 116명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보건원은 지난 4일까지 전국적으로 210만5천명이 접종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2천452명이 발열과 발진, 두드러기, 소양증 등의 경미한 이상반응을 신고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의 "백신에는 이상이 없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접종이상반응 신고가 계속 이어지자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보건소마다 쇄도, 의료진들이 접종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더욱이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예방접종을 연기해 주도록 보건당국과 학교측에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금까지 전체 예방접종 대상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6만1천여명이 접종 연기를 신청했으며 전국적으로 24만9천여명이 지금까지 예방접종 연기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 당국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로 연기를 신청한 것으로보고 있다.

보건당국은 특히 이번 남양주시의 이상반응 사례가 알려질 경우 경기도내 접종연기 신청자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학교 2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박모(38.주부)씨는 "일단학교측에 접종 연기를 요청했다"며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불안에 대해 보건당국은 일단 예방백신은 이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이상반응의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근들어 보건소 직원들이 접종에 어려움을 계속 토로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문의전화도 쇄도하고 있다"며 "이상반응이 백신 이상 때문은 아니고 접종대상자들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 것 같은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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