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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돈줄' 가계 유동성 14년만에 최대 팽창···코스피 더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중 통화량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가계부문 광의 통화량(M2)은 6월 한 달 동안 약 17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마땅히 용처를 정하지 못한 유동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돈이 결국 주식시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설 명절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설 명절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6월 M2는 3077조776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달보다 23조1509억원(0.8%) 늘었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던 5월 증가 폭(35조3716억원)보다는 줄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나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이라 보면 된다. 올해 상반기 유난히 M2가 빠르게 늘어난 건 기업과 가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대출을 늘리고, 현금 자산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기 예·적금 감소…금리 하락에 재예치 줄어 

특히 6월엔 가계부문의 증가 속도가 두드러졌다. 한 달 새 16조8898억원이나 늘었다. 2006년 5월(21조1046억원) 이후 14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늘어난 가계대출의 영향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은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M2로 잡히는데 6월 가계대출은 5월 증가 규모(5조원)보다 3조1000억원가량 확대된 8조1000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도 늘었지만,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로 기타대출(신용대출 등)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부문에선 9조802억원 증가했다. 3월(33조원), 4월(22조원), 5월(15조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축소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 공급이 집중됐지만 6월 들어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14조3580억원, 요구불예금이 6조2329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 결제성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기업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오히려 4조7537억원 줄었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만기 도래 후 자금을 재예치하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 수출 부두의 모습.연합뉴스

현대차 수출 부두의 모습.연합뉴스

일단 2~5월보다는 M2 증가 규모가 축소됐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9%로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았던 5월(9.9%)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례적인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등의 수단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착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산업생산·고용·수출 등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이례적 확장 조치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건 모든 중앙은행 총재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다만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불확실성도 여전한 현 단계에선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달 27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3.68포인트(0.57%) 오른 2432.3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3.68포인트(0.57%) 오른 2432.3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통상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풀린 돈은 부동산과 금융으로 많이 흘러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거래부터 세제까지 전방위적인 부동산 옥죄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든 가격 상승세를 잡겠다는 의지다. 결국 시중의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을 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 이 유동성의 힘은 이미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 3월 중순 1400선까지 하락했던 코스피 역시 5개월 새 70%가량 상승해 2500선을 넘보고 있다.

조익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 경기(산업생산증가율)로 가지 못하고 남은 ‘놀고 있는’ 돈의 팽창 속도가 높을 때 항상 금·부동산·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유동성의 받쳐주는 상황에서 실물경제 회복이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이 더욱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주요국 대비 실적개선 기대가 높은 편”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효과로 코스피가 직전 고점을 돌파했는데 올해도 연말 내에 사상 최고치(2598.19)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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