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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감독원 만든다? 정부 투기대응반 110건중 기소 6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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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감독원' 설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열린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대책 실효성을 위해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뒤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의 범인을 ‘이상 거래’로 지목하고 이를 잡겠다는 의도가 깔린 듯하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잡겠다면서 #출범한 불법행위대응반 실적 초라 #내사 완료한 110건 중 기소는 6건

하지만 부동산 감독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정부의 관리·감독의 필요성만 키웠지만, 실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단순한 딴지 걸기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이상 거래를 잡겠다며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박선호 제1차관 직속 조직으로 신설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기우가 아니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12일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 활동현황’에 따르면 올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서, 혐의가 없어서 종결된 건수는 절반인 55건에 달한다.

특히 시장 교란 행위로 판단돼 정식수사가 이뤄진 입건 건수는 18건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불법이 명백히 드러나 검찰에 기소된 건수는 6건에 불과했다. 6건 중 3건이 처벌됐는데 불법의 정도가 약해 2건은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고 1건은 기소유예됐다.

불법행위대응반은 국토부 및 검찰ㆍ경찰ㆍ국세청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 나온 직원을 포함해 14명으로 구성됐다. 대응반의 조사에 더해 한국감정원 실거래 상설조사팀과 부동산거래질서 교란 행위신고센터가 지원하고 있다.

김상훈 의원은 “올해 초 부동산 불법 근절을 외치며 범정부 조직을 구성해 특별사법 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조사 대상 절반이 혐의가 없었다”며 “그런데도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원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의 소지가 큰 데다 지금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오른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 2월 21일 오전 세종시 뱅크빌딩에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오른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 2월 21일 오전 세종시 뱅크빌딩에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감독원 신설에 전문가들조차 부정적이다. 누구를 어떻게 감독할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수없이 발표한 탓에 일선 지자체는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가 만든 규제가 정부의 관리ㆍ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만 설치한다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정권에서는 숙의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단기적 투기 세력을 감독할 필요는 있지만 세금을 들여 새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감독 대상이 무엇이고 감독원의 기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도 없이 정책이 너무 앞서 나가고 각종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시장은 투기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가 움직인다”며 “그런데도 이상 거래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한국감정원에서 독점하고 있는 시장 통계를 민간에 공개해 과열 현상 등을 조기에 잡아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시장의 자율적 정화 기능을 독려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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