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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코로나속 선방? 반도체 말곤 ‘지지부진’…서비스 수출 최하위권

중앙일보

입력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품목과 대상국 모두 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을 코로나 19 대응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하면서 경제 회복을 낙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래 수출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잘 팔리는’ 품목 의존도가 절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12일 발표한 지난해 기준 세계 주요 수출국의 수출품목과 지역 등 분석 결과 한국은 세계 수출 10개국 중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각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주요품목 10개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니 한국은 의존도가 46.3%로, 다른 국가들의 10대 수출품목 의존도인 36%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반도체에 14.6%가 편중돼 반도체 경기 변동에 따라 전체 경제가 영향을 받는 구조다.

수출 대상국도 상위 10개 나라에 의존하는 비율이 70.3%나 됐다. 그중 중국(25.1%)과 미국(13.5%), 베트남(8.9%), 홍콩(5.9%), 일본(5.2%) 등 상위 5개국에 대한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국에 대한 수출 편중이 대외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한국과 중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상위 5개 나라는 정확히 일치한다. 주요 수출 경쟁품목도 자동차를 제외하면 반도체·무선통신기기·자동차부품·컴퓨터 등에서 중국보다 수출 점유율이 뒤처진다.

서비스업 성장률 중국의 10분의 1  

한국의 총수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3.8%에 불과해 10개국 중 9위로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에는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서비스, 음반 등 지식재산권, 핀테크 서비스, 상품 유지보수 서비스, 여행, 화물·여객 운송, 회계·법률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

서비스업 수출 비중 1위는 46.3%를 차지한 영국이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2008~2018년)간 세계 서비스업은 연평균 3.8% 성장해 1.9%인 제품 성장률의 두 배에 달한다. 전경련은 “한국의 서비스업 연평균 성장률은 0.6%로 6.2%인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빠르게 커지고 있는 서비스업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유망산업에선 지지부진

금·은 등 자원을 제외한 세계 10대 수출품목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승용차·반도체·무선통신기기·자동차부품을 제외하면 1% 내외에 불과했다. 가장 빠르게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품목을 봐도 반도체에서만 유일하게 4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코로나 19 이후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해당하는 면역 물품은 11위, 의료기기는 16위, 의약품은 32위였다. 세계무역기구(WTO)와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경제가 일부 품목과 특정 지역의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 리스크로 인한 충격에 매우 취약하며, 제품 수출보다 서비스 수출이 저조하다고 지적해 왔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의 수출품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면서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경쟁력임은 분명하지만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는 우리의 미래 수출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품목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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