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난치병 어린이 껴안기

중앙일보

입력

"오늘은 여러분 날이에요. 마음껏 뛰어놀아 봅시다. "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아침 서울 한양대병원 7층 소아과 병동.

강태석(姜泰錫.45.삼성화재 강동지점장)씨가 들어서자 20여명의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암치료로 머리숱이 듬성듬성하고 가느다란 팔목에 주사바늘을 꽂은 소아암 환자들이다.

아이들은 잠시 姜씨와 어울려 놀다 그가 주선한 교회버스를 타고 한양대 백남음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아암 환자 부모들의 모임인 '한마음회' (02-567-2002)가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

뷔페 점심식사에 이어 직장인 노래모임인 하날다래, 세종대 성악과와 광운대 댄스동아리 및 가수 박태경의 잇따른 공연, 소아과병동 의사들의 연극, 소아암 어린이들의 장기자랑 등이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특별한 날이었던 이날이 아니라도 姜씨는 일주일에 두세번 아이들을 찾아가 때론 아빠, 때론 친구가 돼 준다. 그러기를 10년째. 그에겐 그럴 만한 숨은 사연이 있다.

1992년 5월 외동딸 경은이의 신경조직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나갈 무렵 그는 소아암 환자 부모 40여명과 함께 한마음회를 만들었다.

경은이는 여섯살을 못채우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후 그는 '또 다른 경은이' 들과 늘 함께 했다.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회원들과 함께 이 소아과병동 아이들에게 파티를 열어줬다. 아이들의 생일잔치도 빠뜨리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워 치료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여기저기 후원단체를 찾아 뛰어다니는 것도 큰 일 중 하나다.

"단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매달리는 게 부모의 심정입니다. 조금만 더 정성을 쏟았어도 딸을 그렇게 보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요. 그런 마음을 같은 처지의 다른 아이들에게 쏟고 있는 겁니다. "

한마음회는 이제 회원이 3백명을 넘어섰다. 한양대병원 간호사 3백여명이 월급에서 1천원씩 떼어 모은 성금을 비롯, 연 3천만원의 후원금도 모인다.

"그동안 완치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아이도 많았지만 안타깝게 숨진 아이도 여럿이지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수년간의 치료기간과 5천만~2억여원이 드는 비용입니다. " 姜씨는 사회의 보다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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