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이 홍콩 내 민주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업에 돌입했다. 10일 새벽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를 체포한 데 이어 이날 밤엔 ‘우산 혁명’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周庭) 역시 검거했다.
2014년 홍콩 79일간의 우산혁명 이끌어 #‘학민여신(學民女神)’ 차우도 10일 밤 체포 #10여명 경찰, 타이푸 지역 차우 집 들이닥쳐 #혐의는 홍콩보안법상 선동 및 분열로 알려져 #보안법 통과 후 세번째 검거 바람 일고 있어
홍콩 명보(明報)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차우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이날 밤 9시 35분께 10여 명의 홍콩 경찰이 차우가 거주하는 타이푸(大浦) 지역의 자택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지난 6일 발부된 압수 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차우의 주거지로 들어왔고, 이날 밤 10시께 컴퓨터 등 압수한 일부 물품과 함께 차우를 수갑에 채워 떠났다. 혐의는 홍콩보안법상의 선동 및 분열로 알려졌다.
지미 라이가 홍콩 언론의 대표적 반중 인사라면, 차우는 조슈아 웡(黃之鋒)과 함께 홍콩 학생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6년에 태어난 그는 어릴 적 부모의 신청으로 영국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2017년 홍콩 입법회 출마를 위해 영국 국적을 스스로 포기했다.
차우는 2014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79일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우산 혁명’ 당시 전면에 서 유명해졌다. 차우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민여신(學民女神)’으로 불렸다. ‘우산 혁명’은 경찰의 최루탄을 막기 위해 펼친 우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차우는 이후 조슈아 웡, 네이선 로(羅冠聰) 등과 함께 2016년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을 창당해 반중 시위를 이끌어왔다. 최근에도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경찰 청사를 포위하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홍콩 둥왕(東网)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차우는 조슈아 웡 등과 함께 지난해 6월 21일 홍콩 완차이(灣仔) 경찰총부를 포위 공격하도록 시위대를 선동하고 조직했으며 그 자신 또한 참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구체적인 형량은 오는 12월 언도하기로 돼 있었는데 10일 밤 갑작스레 체포된 것이다.
차우가 체포됨에 따라 현재 홍콩에 남아 투쟁하고 있는 조슈아 웡에 대한 체포 여부가 주목된다. 홍콩 내 민주화 운동 세력은 지난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자 법망을 피하기 위해 대거 해산에 들어간 바 있다. 데모시스토당은 물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전선’ 등 무려 7개 단체가 잇따라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동안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홍콩 민주 세력에 대해 보복의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이제까지 크게 두 차례 체포 바람이 불었다.
7월 1일 홍콩 반환 기념일에 맞춘 시위 때 360여 명의 시위대가 붙잡혔는데 이 중 10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16~21세 학생 4명이 국가분열 선동과 테러리즘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학생 시위를 이끈 조직인 ‘학생동원(學生動源)’의 전 소속원이라고 홍콩 언론은 전한 바 있다. 그리고 10일 지미 라이와 아그네스 차우라는 홍콩 민주화 운동 거물의 체포는 세 번째 체포 바람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