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조작 소아마비 바이러스로 뇌종양 치료

중앙일보

입력

보통 감기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주입해 유전조작한 소아마비 바이러스로 가장 흔한 형태의 뇌종양인 신경교종(神經膠腫)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학 미생물학 교수 마티아스 그로메이어 박사는 미국미생물학회 회의에서 뇌종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이같은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그로메이어 박사는 쥐 실험에서 이 유전조작된 소아마비 바이러스 주사 한번으로 불과 며칠안에 신경교종이 완전히 소멸되었으며 원숭이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뇌종양인 신경교종은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요법 등 재래식 치료방법으로는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으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그로메이어 박사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뇌세포를 감염시켜 영구적인 마비를 일으키지만 뇌종양 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자연적인 성질이 있으며 이는 뇌종양이 CD155라는 특수한 결합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능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뇌세포에는 감염을 일으키지않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인 라이노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주입,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변이시킨 것이라고 그로메이어 박사는 설명했다.

그로메이어 박사는 이 유전조작된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능력은 상실하는 한편 악성 신경교종 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뇌에 직접 주입하지만 뇌이외의 다른 부위에 주사해도 스스로 뇌로 이동해 뇌에 직접 투입했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그로메이어 박사는 밝혔다.

그로메이어 박사는 현재 미국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아래 유전조작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표본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시작되기 까지는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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