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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방류로 마을 잠겨…뜬눈으로 밤샌 금산·영동지역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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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에 내린 집중 호우로 지난 8일 용담댐이 수문을 열자 충남·충북 일부 지역이 침수됐다.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토사가 덮친 논과 밭 복구작업에 나섰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제원대교 인근 인삼밭 일부가 폭우 영향으로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제원대교 인근 인삼밭 일부가 폭우 영향으로 잠겨 있다. 연합뉴스

9일 충남도와 금산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전북 진안군 용담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최대 2865t의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금산군은 용담댐 방류로 침수가 우려되는 하류 제원면과 부리면 저지대 주민들에게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하고 긴급 대피를 당부했다.

마을주민 250명 학교·마을회관 긴급대피 #제방 무너지고 인삼밭 침수 등 피해 속출 #충북 영동·옥천도 침수, 마을주민들 대피 #금강 대청댐, 21년 만에 초당 3000t 방류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부리면 주민 32명과 제원면 주민 222명 등 254명이 제원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물이 불어나면서 조정천과 천황천 제방이 각각 100m가량 유실돼 제원면과 부리면 인삼밭과 논이 침수됐다. 주민 5명은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출동한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금산군은 현장에 관련 공무원을 보내 주민들에게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금산 지역에는 11일까지 100~200㎜가량(최고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피해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관계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제원대교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제원대교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금산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다. 용담댐 방류량 증가로 전북 진안의 도수가압장이 물에 잠기면서 금산군 금산읍과 금성면·군북면·추부면·진산면·복수면 일부 마을이 단수됐다. 금산군은 비상급수용 차량을 현장에 보내고 생수를 공급했다. 수돗물 공급은 9일 오후부터 재개됐다.

금산군 관계자는 “7일까지만 해도 초당 1500t의 물을 방류하던 용담댐이 8일에는 두 배인 3000t까지 늘리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수위가 높아지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주요 작물인 인삼밭이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용담댐 방류로 하류인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일부 지역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영동군은 지난 8일 오후 양산면·양강면·심천면 11개 마을주민 390여 명을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 중이다.

9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영동지역에서는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농경지 135㏊가 물에 잠겼다. 한국전력 설비가 물에 잠겨 한때 전기가 끊겼고 지방도 68호선과 505호선 등 도로 10곳이 침수돼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전북 진안군 용담댐 방류로 9일 오전 하류 지역인 충북 옥천군 동이면의 인삼밭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전북 진안군 용담댐 방류로 9일 오전 하류 지역인 충북 옥천군 동이면의 인삼밭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옥천에서도 저지대가 침수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동이면과 이원면 주민 20여 명이 긴급대피했다. 농경지 25.2㏊도 물에 잠겼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피해 현장을 찾은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피해 복구를 위한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다.

옥천군은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저지대 주민 1148명(626가구)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피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강 상류에 있는 대청댐도 지난 8일부터 초당 3000t의 물을 방류, 하류 지역 저지대에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청댐이 초당 3000t의 물을 방류한 것은 1999년 이후 21년 만이다.

9일 오전 5시20분 기준 금강 수계 주요지점 수위는 공주 금강교 6.20m, 부여 백제교 5.17m, 논산 황산교 5.33m 등이다. 공주시와 부여군은 수위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강변이나 저지대 출입을 당부하는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지난 8일 오후 용담댐 바로 아랫마을인 전북 진안군 용담면 감동마을이 침수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용담댐 바로 아랫마을인 전북 진안군 용담면 감동마을이 침수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

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충남지역 7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다. 누적 강우량은 계룡시가 533㎜로 가장 많고 예산군 511.2㎜, 천안 499.8㎜, 아산 492.3㎜, 487.1㎜ 등이다. 기상청은 서해 상에서 비구름대가 계속 발달하면서 충청권에 100~200㎜가량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금산·영동=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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