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와의 토론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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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는 음악심리학이 바탕이 되는 것 같은데, 소리지각, 음의지각, 음향학등을 다루는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음악치료학과에서 음악심리는 개론 수준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음악심리는 음악치료와 관련이 있는 분야이나 소리의 지각, 인지, 또는 음 하나 하나의 분석과 의미라던지 하는 극히 한정 것을 다루므로, 음악의 치료적 사용이 主가 되는 음악치료의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에 나와있는 책으로는 서울대 이석원교수가 저술한 '음악심리학'을 권해드리겠습니다.

대학원 입학전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관련분야 (심리학, 의학등)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미국의 경우 기초 심리학이나 해부학등은 학부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학부에서 못한 경우에는 대학원에서 보충해서 들으시면 됩니다.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음악치료학생들은 음대졸업생이므로, 입학한 후에 관련분야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이나 의학분야등은 기초없이 혼자 공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학한 후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하면 됩니다. 미리 공부하고자 한다면 개론형태로 준비하면 됩니다.

이화여대 대학원(음악치료)에 진학하기 위해서 준비해야하는 과목은 무엇이며, 임상실습은 미리 해보아야 하나요?

현재 이화여대는 입학 시험은 없습니다. 대학원 과정이니만큼, 음악전공, 학부졸업생이어야 하고, 입학원서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인터뷰에서 선발기준은 학생의 동기, 통찰력, 개인적 경험등을 고려합니다. 이화여대에는 의대, 심리학과, 특수교육학과등 관련분야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 분야를 많이 배우게 됩니다.

사전임상실습은 임상에 관한 지식이 없이 각자 주관적인 추측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라면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레크레이션 수준이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입학 후 감독을 받으며 확실히 하는 것이 본인이나 관련기관에서의 음악치료 정착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나요? 치매노인치료의 경우를 알고 싶습니다.

치매노인들은 현재 자신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뜻밖의 상황이 종종 일어납니다.

제가 미국에서 실습할 때 예를 들자면, 치매노인과의 일대일 세션 후에 제가 가방을 매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치매노인이 자기 가방을 가져간다고 착각하고 잡아채고는 제 얼굴을 때려서 안경이 날라간 경우가 있었습니다. 후에 스탭진이 와서 상황은 진정되었지만, 이와 같이 뜻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치료사 나름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개인적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즉 행동수정을 한다든가 하는 대처방안도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격는 인간적 좌절과 심리적 타격 등을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반사회적 또는 폭력적 행동, 그밖에 돌발상황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있는 외국의 병동이나 기관에서는 보통 기관 자체의 대처방안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치료실안에 비상벨을 설치한다던가해서 돌발상황시 스탭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음악치료사 혼자 있기 보다는 관련 스탭진이 동참을 해서 혼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게 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실제 음악치료사들의 개인적인 스트레스 해소나 감정조절에 음악이 사용됩니까?

음악치료를 하다보면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자주 노출됩니다.

우선 인간관계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있고, 더구나 음악치료사는 정상인들과 일하는 경우가 아니니까요.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치료사 자신마다를 수 있습니다.

뉴욕대의 경우 학생때는 그룹음악치료세션을 통해 자신의 이슈나 스트레스 상황을 이야기하고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것이 중요합니다.

단지 장애인과 일해서 받는 스트레스도 물론 있겠지만, 그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역동들이 치료사 과거경험이나 문제들, 또는 환자의 문제와 연결시켜서 스트레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역전이 현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치료를 하고 나서는 치료사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 분석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이로 치료사는 다른 음악치료사에게서 음악치료를 받으면서 분석을 받을 수도 있고, 혼자서 통찰력을 가지고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그런 이슈를 발견하고 이해해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나요? 팀치료를 한다면 다른 예술치료사와 함께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국내 기관으로는 축령복음병원, 시립아동병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이 팀치료를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이들 기관에서는 의료인과 각 분야의 치료사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사례 회의나 정기 팀 평가회의를 함으로써 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팀 치료란 담당의사선생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음악치료사, 놀이치료사등의 다영역의 선생님들이 진단판정, 적합한 치료의뢰, 치료제공, 정기평가회의, 종결평가까지 함께 연계하여 사례를 공유하고 전문의견을 나누어 환자를 다각적으로 분석, 치료하는 것을 뜻합니다.

환자의 필요성에 따라 때로는 다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아직 다른 예술치료와의 연계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최근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종합예술치료센터를 열었으므로, 앞으로는 예술치료사들의 연계가 기대되는 바입니다.

음악치료사로서 국내에서 활동하기위한 자격요건은 무엇입니까? 국내에서 음악치료대학원을 나오면 음악치료사로 활동 할 수 있는지,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음악치료사 자격증 제도가 정립되어있지 않습니다.

지금 저희 협회 정회원분은 해외에서 공부하신 분들로 각자가 그 나라 법에 준하는 자격증을 가지고 계십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음악치료과정은 대학(원)에서 공부하지만 자격증을 발급받는 곳은 음악치료사협회입니다.

독일의 경우, 모든 대학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본 협회도 협회차원의 자격증을 발부하는 것을 고려해 보았으나 아직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분야의 경우 정신보건법에 준해서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자격증제도(예; 정신과의사, 사회복지사, 정신보건간호사 등)가 있습니다.

저희 협회는 공신력있는 국가기관에서 주는 자격증제도를 마련하고자,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자격증 ('예술치료사' 내지는 '음악치료사') 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그런 노력들을 작년부터 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자격증 제도가 정착되려면 그에 따른 현안이 많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정부는 대체로 어떤 분야가 부작용이 나서 사회문제가 발생했을때 후발적인 조치로서 법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경향 때문에 음악치료사 자격증제도를 근래에 만든다는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 숙대, 이대, 한세대, 명지대를 졸업하는 분들은 학위가 있을 뿐이며, 외국에서 공부한 음악치료사들은 외국자격증이 있을 뿐입니다. 차후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자격증제도가 마련된다면, 음악치료가 의료행위에 포함되므로 보건복지부산하의 자격증 제도가 마련되는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음악치료에서 기술적인 면(음악적 기술)과 치료적인 면 중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임상예술학회에서 주최하는 음악치료 분과 모임에도 음악치료적 기술(음악의 활용도)만을 배우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음악적 기술이 뛰어나도 환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지요.

따라서 음악치료에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심도 깊게 하기 위해 관련학문을 공부해야 합니다. 심리학,철학, 의학적 분야는 모두 환자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공부들이며, 이들 분야를 통해 치료사는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접근방법이 주로 쓰이는 것 같은데, 음악치료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문화적 접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노인치매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환자는 미국 환자와 비교해서 볼 때 실제 자기표현을 잘 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것이 문화적 차이의 좋은 예일 것 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민요나 국악이 노인분들에게는 서양음악보다 더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추측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그 차이를 확연히 느끼지 못합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특별히 국악을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음악치료에서는 환자가 있는 집단문화보다는 개인적 문화경험(성향, 성장환경, 음악적 선호도)이 더 중시됩니다. 이 현상을 바탕으로 좀더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조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편집후기***
이밖에도 국내 음악치료의 발전방향 및 비젼, 정부, 협회, 치료사들간의 유대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왔으나 시간관계상 모두 다루어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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