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지방경찰청 방범지도과 김강자 과장 "채식위주의 식단과 칼라스 노래를 즐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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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너무 바빠서, 운동할 시간 내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채식에 중점을 둔 식사를 하고 있죠. 어쩌다 고기를 먹게 되더라도 지방이 많은 부위는 철저히 피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등산을 꼭 하고 싶다는 김씨는 예전에 강원도의 한 야산에 갔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파란 하늘과 노란 들국화, 청정한 공기는 물론이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단다.

스트레스 등으로 힘들 때면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고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는 그녀는 범죄 소탕의 일선에 선 흡사 '철의 여인'의 이미지와는 또다른 낭만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 "난 윤락안했어요, 원조교제 했어요" … 위험수위에 오른 원조교제

작년 서울종암경찰서장으로 있으면서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면전을 펼쳤던 김강자(金康子.56) 과장은 올해 초 서울경찰청 방범지도과로 자리를 옮겨 '원조교제' 대대적 단속에 나서고 있다.

" '난 윤락안했어요, 난 원조교제 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원조교제' 라는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윤락은 흔히 매매춘만 전문으로 하는 전통형, 단란주점.증기탕 등 2차 위주로 이루어지는 산업형, 업주없이 일대일로 상대하는 자영업으로 나뉜다. 원조교제는 미성년 매매춘 중에서도 자영업에 속한다.

'서로 도와주며 사귀는 관계'가 원뜻인 원조교제는 일본말 그대로 여과없이 유통되어 미성년 매매춘을 미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4일부터 18일간 실시된 원조교제 대체용어 공모의 경우 메일로만 접수했는데도, 약 4천여건이 도착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원조교제가 위험수위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단면이기도 하다.

작년 종암경찰서장으로 있었을 때 '미성년 윤락' 단속으로 일약 활약을 했던 김강자 과장의 바쁜 일과는 요즘도 여전하다.

상담 등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든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 "나의 천직은 '경찰', 대여성범죄 근절에 앞장설 것"

"저한테는 10분, 1시간, 하루이지만, 빚으로 도망다니는 윤락녀에게는 일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전화든 메일이든 찾아오든 제가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보람인지 몰라요."

일요일 등 휴일도 반납하고 항상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음식을 손수 준비하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큰딸은 저를 똑 닮았어요. 본인도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데, 본인의 의지와 마음에 따라 결정이 되겠지요." 하며 은근히 딸자랑이다.

1호 여자서장에 오르기까지 사회적 편견 등 어려움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요. 그렇지만 양성평등을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 더욱 노력해야겠죠" 하며 평소의 생각을 밝혔다.

경찰이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찰처럼 재미있는 일은 아마 없을 거에요. 얼마나 보람있고 재미있는지 몰라요." 라며 청소년 범죄, 미성년 매매춘 등 대(對)여성범죄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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