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힘들죠? 같이 사는 난 어떻겠나" 與당권주자 아내들의 입담

중앙일보

입력

1일 오후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왼쪽부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각각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왼쪽부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각각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직 남편이 하는 정치가 올바르다 믿고 뒷바라지해 왔습니다.”

아내의 지원사격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아내 이유미씨의 편지글을 공개했다. 이씨가 자신의 큰오빠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 집필한 책 『반일종족주의』를 빌미로 김 전 의원에 대한 진영 내 비판이 이어지자 작성했다는 해명 성격의 글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다. 나 역시 80년, 86년, 92년, 세 차례에 걸쳐 경찰과 안기부에 끌려갔다.” 이씨는 “한은 대구지점에 다니던 저를, (김부겸) 애인이라며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나와 잡아갔다”며 두 오빠와 남동생이 학생 운동으로 대학 제적, 옥살이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른다.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도 했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올 1월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정치야 일하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에 박수로 답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이유미씨. [뉴스1]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올 1월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정치야 일하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에 박수로 답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이유미씨. [뉴스1]

민주화 운동 가족사를 강조하며 진보 진영 내 유권자 마음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8·29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아내가 전면에 나서 주목받은 건 처음이다. 코로나 19 속에 ‘언택트(비대면)’로 치르는 이번 전당대회에선 이전처럼 가족의 유세·연설 지원을 볼 기회가 없다. 이씨는 지난 2005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서점, 경양식집, 찻집, 도서관, 복사집 등 (생계를 위해) 안 해본 게 없다. 정치란 가족의 희생 없이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보좌진이 좋아하는 이낙연 아내

이낙연 의원 아내 김숙희씨는 캠프 참모들 사이에 “친근한 사모님”으로 이름나 있다. 한 보좌진은 “(김씨가) 가끔 사무실에 오거나 자택에서 만나면 늘 ‘고생들 많다. 같이 사는 나는 어떻겠냐’고 해 웃음을 준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일하기) 힘든 거 말 안 해도 다 안다. 365일 평생 같이 있어야 하는 날 보고 위안을 얻어라.” 총리 시절 ‘이주사’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디테일에 강한 이 의원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씨가 일종의 ‘자학 유머’로 주변을 격려한다는 전언이다.

이낙연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 확정 직후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 확정 직후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뉴스1]

미대를 나와 미술 교사였던 김씨는 이 의원이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이던 시절 사직해 이후 서양화가로 활동 중이다. 겉보기에 무뚝뚝한 성격의 이 의원은 아내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나 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농담한다. 하지만 2017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김씨 그림이 중견작가의 가필과 대작(代作)으로 이뤄져 작품성이 떨어진다”(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적이 나오자 “전혀 사실과 다른,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다. 심지어 내가 잠도 안 자고 그림 그리는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아내를 감싸는 면모를 보였다.

‘민변 부부’ 애처가 박주민

당권 주자 중 일찍이 애처가 이미지를 쌓은 후보는 박주민 의원이다. 공식 석상에서도 서슴지 않고 아내를 “짝꿍”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한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성 비판 자제를 촉구하면서 자신과 아내 사이 에피소드를 거론했다.

“손을 많이 안 씻는다든지 등의 잔소리를 짝꿍에게 많이 듣는 편이다. 어제는 짝꿍이 폭발하면서 거친 표현으로 이야기했다. 그런 짝꿍에게 제가 ‘넌 왜 성격이 그 모양이냐, 짜증을 내도 좋은데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냐’고 하면 그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박주민 의원(가운데)이 부인 강영구 변호사(왼쪽)과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단일화 상대였던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 [뉴시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박주민 의원(가운데)이 부인 강영구 변호사(왼쪽)과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단일화 상대였던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 [뉴시스]

박 의원 아내 강영구씨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공개변론에 참여했다. 강 씨는 2014년 민변 회원 인터뷰에서 “밤에 신랑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들어가면 둘 다 (피곤해서) 기절한다. 사회의 평화가 와야 우리 가정에도 평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측근은 “부부가 집에서도 서로를 ‘박변’, ‘강변’으로 호칭하는 워커홀릭”이라며 “동지적 관계인 아내 존재 자체에 박 의원이 크게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