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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권, 윤석열 ‘독재 배격’ 발언을 자성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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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좌파적 포퓰리즘에 근거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 정부 같은 권력 운영은 전체주의의 습성을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일방적 국정 운영, 자유민주주의 위기 불러 #검찰은 윤미향·박원순 사건 신속히 수사해야

지난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 공수처 등과 관련된 각종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면서 궤변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시민사회의 감시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들어선 이후 안하무인 격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사 간섭과 인사 전횡이 대표적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제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여권 인사들이 반격을 가하는 것은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이 정부의 옹졸함을 보여준다.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수백여 명의 보수 정부 인사에게 검찰의 수사망을 내던질 때는 ‘우리 윤 총장’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지적에 대해선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윤 총장도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된 이후 수사를 통해 검찰과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공평하지 못한 검사 인사와 우격다짐식 수사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계기로 이 정부 사람들이 윤 총장을 정적(政敵)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법치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오죽했으면 윤 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겨냥해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한다”고 했겠는가.

같은 날 추 장관이 신임 검사들에게 “스스로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그러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 달라”고 한 주문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팀을 해체하고, 검찰총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낮추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겠다고 엄포를 놓고도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 총장과 검찰도 법치를 통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물론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자금 횡령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의혹도 마찬가지다.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 발언을 시장자유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한 번쯤 자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