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명 주부의 특별한 '스승의 날']

중앙일보

입력

행사가 많은 5월에 빠뜨릴 수 없는 날이 스승의 날(15일)이다.

해마다 그렇듯이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자녀들의 선생님 선물 마련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나는 스승의 날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이 직접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도록 하고, 나는 나의 옛 스승을 찾아 뵙거나 연락을 드리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대신 아이들 선생님에게는 스승의 날이 아닌 학년이 끝날 때 한해 동안 돌보아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편지와 꽃다발을 드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은 나의 고향인 태백에서 30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시며 많은 제자를 길러내시고 지금은 교육장(태백시 교육청)으로 재직 중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나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늘 든든한 후원자로 내 인생을 지켜보고 계신다. 사모님 또한 친정어머니와 이웃사촌으로 오랫동안 지내시며 홀로 계신 어머니께 좋은 말벗이 되어 드리는 또 한 분의 스승이시다.

5월이나 휴가 때 남편과 아이들도 자연히 선생님을 뵐 기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선생님은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은연중에 제자의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달리 보는 시선도 느끼게 된다.

올해도 나는 선생님을 찾아뵐 생각인데 이번에는 선생님 제자들이었던 동창들에게 연락해 함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이 가정과 학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되었다.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줄어들고 물질로 보답해야 하는 형식적인 날로 자리잡아 가는 것을 선생님 또한 원치 않을 것이다. 그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스승이 되고 제자들이 찾아주는 것을 더 반기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스승의 날은 기억에 남는 나의 옛 스승부터 찾아 뵙는 의미 있는 날이 되면 어떨까?

장재명 <37.서울 양천구 목5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