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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부부 性 교실] 성욕은 本性이다

중앙일보

입력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문으로 유명한 성철(性徹) 스님의 열반 8주기를 맞아 생가와 ‘불생불멸’의 영원성을 뜻하는 겁외사(劫外寺)가 세워졌다는 소식이다.

8년간 눕지 않고 참선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로 상징되는 철저한 수행과 무소유의 삶으로 추앙받았던 성철 스님은 하도 기워 입어 누더기로 변한 장삼을 걸쳤으나, 부리부리한 눈망울과 참선 수도로 가야산 호랑이 같았다. 성철 스님이 해인사에서 후학들에게 행한 설법 하나가 생각난다.

“중국 산시(陝西)성에 금사탄이라는 강이 있었는데, 당나라때 천하일색의 여인이 홀연히 찾아들었다. 미모에 반한 사내들이 그에게 앞다퉈 청혼했다.

그러자 ‘내 몸은 하나인데 청혼하는 이는 여럿이니 내 조건을 들어 주는 사람에게 시집가겠다’며 ‘보문품을 외우는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스무 명이 넘는 총각들이 보문품을 외워 달려왔다. 다음에는 ‘금강경을 외우라’고 했다. 이번에는 열명이 외웠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법화경을 가장 먼저 외운 사람에게 마음을 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마랑이라는 청년이 사흘만에 다 외우고 선택되었다.

두 사람은 날을 잡아 성례를 치렀는데, 그날 밤 신부가 그만 죽고 말았다. 절세가인을 잃은 마랑은 시름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한 스님이 마랑을 이끌고 미인의 무덤으로 가더니 지팡이로 내리쳤다. 그러자 금으로 변한 시신이 고리처럼 엮여 하늘로 올라갔다. 미인은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다.”

외람된 생각인지 몰라도 이 설법을 접하면서 문득 미인계를 떠올렸다. 금사탄 마을 사람들은 미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투어 불경을 외우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인계는 병법이나 로비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포교에도 활용된다. 미인을 품고자 하는 성욕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며 삶을 지탱시켜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성적 욕망’이란 흥분하기 전에 일어나는 선정적인 생각을 뜻한다. 물론 성욕은 남녀 모두에게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단순히 호르몬의 영향이 아닌 그 이상의 성욕이 있다.

따라서 성욕은 건강상태와 호르몬 주기, 만족도, 스트레스 등에 따라 변화한다. 예를 들어 생리중에 성욕을 크게 느끼는 여성은 임신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의 해소에서 비롯된 결과다.

부부가 오랜 시간 문제없이 관계를 잘 가졌다면 성욕에 대한 주기도 비슷해지는데, 이러한 성적 주기의 동질성은 부부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적 주기가 맞지 않으면 부부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적 만족도 있어야 하지만, 관계 사이클도 비슷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성욕이 급격하게 감퇴한 남성들이 많은데, 일시적 현상이라면 성적 환상이나 자위행위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발기력 저하나 조루, 왜소콤플렉스와 같은 신체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부부관계는 심리적 불안이나 고통을 해소해 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더불어 부부관계의 자신감은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하며 능동적인 생활태도를 조성해 준다.

그러므로 본성(本性)을 되찾는 지혜란 바로 번뇌로 가득한 삶에 대한 깨달음인 것이다. [출처:월간중앙 200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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