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전업주부가 더 많이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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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의 자녀양육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1995-97년 수적으로 급팽창한 보육시설은 정작 취업모보다 전업주부가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따라 보육의 원칙과 사회가 대행하는 보육 범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보육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여성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 최근 발간한 '영유아 보육서비스 실태분석과 종합대책 수립연구'에서 제기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이 보고서의 작성을 위해 지난해 10-11월 전국 200곳의 놀이방과 어린이 집을 이용하는 학부모 83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8%가 직장에 나가지 않는 전업주부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는 시간제 근무, 자원봉사 등 무보수 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도 있었으나 흔히 '직장여성'으로 분류되는 여성군은 전업주부보다 적은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91년 제정된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보육의 기능을 '보호자가 노동 , 질병 등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영유아를 건강한 사회성원으로 육성하고 아울러 보호자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고 명시, 사실상 취업 여성을 더 비중있게 고려하고 있다.

더욱이 자녀양육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개인탁아에 의존하는 등 대다수 취업여성에게 보육이 여전히 '고통'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이런 실태는 정책 혼선으로까지 비쳐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대해 보건사회연구원의 김승권 박사는 2일 '현대사회에서 아동교육이 조기화, 전문화함으로써 여성이 취업하지 않더라도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유아보육법 제정 때만 해도 보육이란 취업률이 높은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대리 보육'의 개념이었으나 점차 대상이 중산층으로 확대됐다며, 앞으로는 더 많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보육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를 보호하는 어머니가 교육까지 제대로 한다는 보장은 없다'라며 '어머니가 취업모건 전업주부건 아동이 적절히 보육받을 권리를 누릴수 있도록 보육시설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여성계 일각에서는 이상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현실이 절박한 취업여성부터 우선 배려하는 게 당연한 정책의 수순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명숙(韓明淑) 여성장관도 지난달 여성단체협의회 초청 토론회에서 보육문제에 대해 '직장여성이 가정과 직장의 양립하기 위한 핵심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여성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16일 이 보고서를 토대로 보육정책의 방향을 토론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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