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풍 '하구핏' 만난 40일 장마, 최소 일주일 더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주말 이틀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함께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이 매몰되는 등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잇따랐다. 2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 인근의 주택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토사가 쓸려 나가면서 기울어져 있다. [연합뉴스]

주말 이틀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함께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이 매몰되는 등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잇따랐다. 2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 인근의 주택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토사가 쓸려 나가면서 기울어져 있다. [연합뉴스]

막바지 장마전선에 태풍 ‘하구핏(HAGUPIT)’이 몰고 온 수증기가 더해지며 1~2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곳에 따라 시간당 100㎜를 웃도는 폭우로 침수·산사태 피해가 이어졌고, 2일 오후 8시 현재 15명(사망 7명, 실종 8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장마전선을 키운 태풍 발생으로 인한 물폭탄 예측을 제때 하지 못해 뒷북 ‘중계청’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중부지방 집중호우는 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끝물 장마에 태풍이 수증기 공급 #주말 폭우로 최소 15명 사망·실종 #중부지방 모레까지 물폭탄 예고 #일부 지역은 최대 500㎜ 내릴 듯

기상청은 2일 오후 서울과 인천, 경기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충북과 충남, 강원과 경북 일부 지역에도 호우특보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2~3일 중부지방은 100~200㎜,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서, 충청 북부는 최대 300㎜의 많은 비가 내리겠고 5일까지 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누적 강수량이 최대 500㎜가 넘는 지역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예측대로라면 서울·경기와 강원 영서 지역에만 걸쳐져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경기 남부와 충북 등지에 많은 비를 퍼부었다.

여기에 태풍이 몰고 온 수증기가 더해지면서 끝물 장마전선의 물폭탄을 부채질했다.

1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59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4호 태풍 ‘하구핏’이 그것이다. ‘하구핏’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채찍질’이란 뜻이다. 올여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첫 태풍인 하구핏은 2일 오후 3시 현재 중심 최대풍속 초속 19m, 중심기압 998h㎩, 강풍 반경 240㎞의 세력으로 대만 타이페이 남동쪽 해상에서 시속 17㎞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태풍은 중국 상하이 부근까지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4일 새벽 중국 남동해안에 상륙한 뒤 지면과의 마찰로 인해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5일까지 중부지방과 북한 지역을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되는 것에 더해 태풍 하구핏이 동반한 매우 많은 양의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추가 유입되면서 앞으로 내리는 비의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기상청, 태풍 영향 물폭탄 예측 못해 … “날씨 중계청이냐”

태풍 ‘하구핏’ 예상 진로

태풍 ‘하구핏’ 예상 진로

관련기사

올여름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 돌발성 호우가 잦아졌지만 기상청 예측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2일 새벽 인명피해를 낸 폭우 강수 지역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온라인상엔 기상청을 ‘중계청’ ‘오보청’ 등으로 조롱하는 표현이 늘었다. 올해 유독 기상청의 강수 예측이 틀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북극이 여름철 강수 예측을 어렵게 하는 변수가 됐다. 기상청이 예년의 패턴을 벗어나는 긴 장마, 중부지방에 집중된 장마, 국지성 강한 소나기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배경이다. 장마 종료 예상도, 강수 예측도 빗나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충청도의 강수 지역은 서울, 경기와 30㎞ 떨어진 곳이고 통상의 오차범위였지만, 지역이 다르다 보니 예보에 덜 민감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어진 데다 태풍의 영향이 겹쳤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맞부딪친 상태에서 이 사이에 끼인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오래 머무른 탓에 장마가 길어졌다. 여기에 태풍의 영향이 더해져 중부지방의 물폭탄을 만들어냈다. 2일 현재 40일째인 중부지방의 장마는 오는 10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지난 6월 한국형 기상예보모델 ‘KIM’을 실전 도입한 뒤 단순 강수 예측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세계 어느 모델도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지역 예보를 조금 더 빨리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부지방 대부분은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은 4일까지 낮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은 데다 습도까지 더해져 매우 무덥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고 내다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