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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가의 ‘사적인 영화 일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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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호 21면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
장 루이 셰페르 지음
김이석 옮김
이모션북스

‘영화를 본다’는 건 자신을 재발견하는 행위다.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은 서로 다른 느낌과 기억을 안고 흩어진다. 한 인간이 쌓아 온 경험, 생각, 가치관이 그 차이를 만든다. 영화의 시청각적 체험은 두 시간 안팎의 시간과 함께 사라지지만, 반드시 우리의 내면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는다.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주장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저자 장 루이 셰페르가 그 흔적을 하나씩 꺼내 글로 구체화한 책이다. 한 미술 비평가의 ‘철저히 사적인 영화 일기’인 셈이다. 그 층위가 두껍고 깊어 객관성을 확보한다. 술술 읽히진 않아도 천천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당대의 지식인들이 영화에 대한 글을 더 많이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에 이어 미학자 셰페르가 두 번째 작가로 참여했다.

셰페르는 서문에서 영화가 자신의 ‘본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관객으로서의 영화적 체험에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게 영화 감상이란 “세계에 대한 또 다른 이해”다. 이 책은 영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에 관한, 운동에 관한, 이미지들에 관한 특정한 경험”을 “그 느낌 그대로” 이야기하기 위해 쓰였다. 셰페르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철학자 질 들뢰즈는 “이론이 하나의 위대한 시에 도달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셰페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점들로 인해 밝혀진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이 밤이 우리 안에 나타나는 그 순간에 도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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