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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현충원 가서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 외쳐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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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3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3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30일 첫 공식 행보에서 “핵보다 평화가 더 강력한 군사억제력”이라며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이야기를 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강력하고 강렬하게 평화를 쏘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한반도는 엄중한 상황 #이 장관 꿈속에서 사는 것 같다” #이 “북한과 언제든지 코로나 협력” #통일부, 8억대 방역품 반출 승인

이 장관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노병대회 연설에서 핵억제력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고 정당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이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힘이고 무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인식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평화는 말이나 선언이 아니라 대비태세와 행동으로 가능하다”며 “이 장관은 1938년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의 평화 약속만 믿고 체결한 뮌헨 협정이 제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다는 역사를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장관이 꿈속에서 사는 것 같다”며 “아무리 통일부 장관 역할이 국방부 장관과 다르다지만 이 장관이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우리의 의견을 자제하고 문의와 접촉을 통해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이 지적해 온 ‘겉만 번지르르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메시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개성뿐 아니라 북 어느 곳에서든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협력할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재월북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개성을 중심으로 봉쇄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고 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건강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일상생활이 힘들고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재월북한 탈북민 김씨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작다는 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다. 이날 방대본은 김씨의 소지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월북 사건을 빌미로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기 위해 월북자를 코로나19와 연관지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자칫 한국의 책임을 시인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이 장관은 재월북 탈북자가 국내에서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만큼 북한 측에 송환 요구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정부의 최종적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을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해 논란이 됐었다.

한편 통일부는 30일 민간단체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소독약과 방호복, 진단키트 등 약 8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지난 27일 취임한 이후 첫 대북 반출 승인 건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측 수령 주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 교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북측 계약 주체 등을 공개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다영·한영혜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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