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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매각 불시착, 현산·금호 “계약파기 네탓” 명분쌓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

2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빅딜이 무산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려는 난타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현산 “금호가 선행조건 충족 못해” #계약 마무리 위한 재실사 요구 #금호, 재실사는 시간끌기용 의심 #현산에 ‘2500억 위약금 못줘’ 예고

아시아나를 파는 금호산업은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며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압박했다. 현산은 ‘금호 측은 계약해제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맞섰다. 또 인수상황에 대한 새로운 점검 없이는 계약을 마무리할 수 없다며 재실사를 거듭 촉구했다.

현산은 30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공개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시간 끌기라고 본다. 따라서 계약서상 선행조건이 마무리됐는데도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해제와 위약금 몰취로 지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위약금 몰취는 현산이 내건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현산은 선행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인수계약을 위반한 것은 금호산업이라고 반박했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4조5000억원으로 부채가 늘고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점, 매수인 사전 동의 없는 추가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지원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치가 달라진 만큼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호아시아나

금호아시아나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재실사도 다시 요청했다. 재실사는 계약금을 반환받기 위한 구실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산 측은 “일부 억측처럼 계약금 반환을 위해 (재실사를 요청했다면) 지금이라도 매도인의 선행조건 미충족 등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계약 해제를 선언한 후 반환 절차를 밟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도 즉각 반발했다. 금호산업 측은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현산이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현산은 계약체결 이래 현재까지 7개월간 대규모 인수단을 파견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받아 인수 실사와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필요한 모든 협조를 했다”면서 “국내 M&A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선 양측이 이날 나란히 보도자료를 통해 M&A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공방을 본격화한 것을 두고 빅딜 무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계약 파기에 대비한 명분 쌓기와 책임 떠넘기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양측 모두 약간의 여지는 남겼다. 현산 측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재실사를 위해 채권단의 참관 혹은 공동실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 당사자 간 정확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호산업도 현산이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아시아나 항공 인수 이후 경영을 위한 협의에는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이 재실사 기간, 점검 항목 등을 조율하는 선에서 재실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양측의 공방 속에 채권단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이 문제와 관련해 “다음주 중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산이 요구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 재실사 수용 가능성에 대해선 “(산업은행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고 답했다.

염지현·곽재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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