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러시아,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 8월 초 승인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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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은 164종이다. 이중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것은 25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은 164종이다. 이중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것은 25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이르면 8월 초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영국이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치고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속도 경쟁에 안정성과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승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중 등과 개발 경쟁 속 안전성 검증 논란도

러시아 정부가 허가하려는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 물질이다. 해당 후보 물질은 현재 2단계 임상시험 중이다. 모스크바 타임스와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8월 3일까지 2단계를 마무리하고, 이 백신을 임상 3상 시작과 함께 의료진에게 먼저 접종할 계획이다. 시험에서 별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8월 10일까지는 승인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러시아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부펀드 책임자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지금은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스푸트니크는 소련이 1957년 세계에서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이다. 소련이 스푸트니크 발사로 우주 경쟁의 시작을 알렸듯이 코로나19 백신도 세계 최초로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드미트리예프는 “미국인들은 스푸트니크 신호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 백신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해당 백신 물질의 효과와 부작용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승인이 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CNN은 “러시아가 백신 실험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안정성과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가 계획대로 8월 초에 자국 백신 물질을 승인해도 세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백신을 판매하고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이 그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백신을 FDA나 EMA가 승인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백신은 보통 3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 안정성과 효과 그리고 투여량 등을 검증한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백신 개발은 일반적으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걸린다.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5개의 백신 후보 물질만이 임상 단계에 들어갔다. 이중 최종단계인 임상 3상에 들어간 물질은 5종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약 82만 명으로 미국·브라질·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또한 집계된 사망자만 1만 3000명을 넘어섰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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