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한다더니 실직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고용을 안정시켜 달라고 했지 직고용을 내세워 일자리를 뺏으라고 했느냐.”

협력사 직원들 자회사 정규직화 #편입작업 중 갑자기 직고용 발표 #이미 자회사 된 일부만 채용 보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21일 소방대와 보안검색 요원을 공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실직 위험에 노출됐다. 일부 직원은 이미 실직했다.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실과 인천공항공사, 노조 등에 따르면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은 당초 근무하던 협력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공사 소속 정규직이냐 아니면 실직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유 의원은 “직고용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이 아니라 있던 일자리마저 없애는 고용 양극화 정책으로 둔갑한 꼴”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협력회사는 3곳이다. 한 개 회사에 맡길 경우 쟁의행위라도 벌어지면 공항 마비 등의 사태가 우려돼 취한 조치였다. 그러다 현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천명하면서 이들은 직고용 대상이 됐다. 공사는 올해 2월 28일 노사·전문가 합의에 따라 직고용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보안검색 요원을 공사가 출자한 자회사(인천공항 경비)에 임시 편입시키기로 했다. 한데 공사는 자회사 편입을 진행하다 말고 6월 21일 갑자기 보안검색 요원을 직고용하기로 했다. 이어 직고용을 위한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다. J사는 직고용 방침이 발표되기 20일 전인 6월 1일 자회사에 편입됐다. 이 회사 소속 700여 명이 자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2020년 6월 1일부터 퇴직일까지’라고 명시돼 있다. 직고용 채용절차에서 탈락해도 퇴직하지 않는 한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는다. 직고용으로 보안검색 업무가 공사로 넘어가 업무가 없는 상태인데도, 공사는 자회사를 없애지 못하고 이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셈이다.

반면 나머지 협력사인 U와 S사 근로자는 직고용 방침이 발표된 뒤인 7월 1일 자회사에 편입됐다. J사와 편입 시점이 다른 것은 인천공항공사와의 업무계약 만료일이 달라서다. U와 S사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은 ‘2020년 7월 1일부터 정규직 채용절차 결과 확정시까지’로 돼 있다. 직고용 채용절차에서 탈락하면 안정적인 자회사 정규직에서마저 쫓겨난다. 사실상 한시적 기간제인 셈이다.

공사 관계자는 2개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실직 위험에 대해 “특별한 구제조치는 없다. 다음에 다시 시험 기회를 주는 정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직을 못 막는다는 뜻이다. 특히 채용 기회를 다시 부여하면 같은 직종에 응시한 취업준비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직고용 절차를 밟다 실직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또 다른 직고용 직무인 소방대에서다. 소방대는 2018년 1월 1일 자회사(인천공항 시설관리)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도록 한 관련 법에 따라 이들은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다. 한데 인천공항공사의 갑작스러운 직고용 방침에 따라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34명이 탈락해 잘 다니던 자회사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됐다.

공사 측은 문제가 확산하자 탈락자 중 일부에게 다음 달 초 재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반 취준생들은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소방대 채용시험에는 571명이 지원해 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