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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표명한 윤석열 동기들…"맹목적 선동과 야유, 답답하고 먹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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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회 인천지검장이 2019년 7월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이정회 인천지검장이 2019년 7월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이정회(54·23기) 인천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검찰에 대한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송삼현(58·23기) 서울남부지검장도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오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라며 “부족함이 많은 저와 동행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검찰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치고,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이 위협받는 이때에 무거운 숙제만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름 뒤에 빛나는 태양이 있고, 밝은 빛이 오듯이 함께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검찰 본연의 모습을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연은 순풍보다 역풍에 더 높이 날아오른다는 말처럼 역경을 넘어 멋지게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모습. 왼쪽은 송삼현 남부지검장. 중앙포토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모습. 왼쪽은 송삼현 남부지검장. 중앙포토

송 지검장도 이날 내부망에 두보의 시 '등고'의 한 구절인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멀어지고'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구절은 요즘 우리 검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며 "내가 몸담고 사랑했던 우리 검찰이 오늘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만 들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송 지검장은 또 중국 작가 '당년명월(当年明月)'이 쓴 『명나라 때 있었던 일』 에 나온 구절을 언급하며 "작가는 책에서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불가능한데 이는 그 전의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범할 잘못은 여전히 범하는 등 역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렇게 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약점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남아서 검찰을 지키는 동료, 후배 여러분께서 더 큰 지혜를 발휘하여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길 기원한다"며 "(스스로가) 곤궁했을 때도 늘 뜻을 잃지 않았는지,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정한 마음으로 대했는지, 포용력 있게 행동했는지 반성해본다"고 적었다.

한편 현재 공석인 검사장 자리는 10곳이다. 최근까지 서울동부지검장,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광주고검, 대전고검의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곳이었다. 지난 21일 김영대 서울고검장(57·22기)과 양부남 부산고검장(59·22기)이 사의를 표명하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의 공석이 8석에서 늘어 2곳이 추가됐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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