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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 풀린 박원순 아이폰…모든 내용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서울시 측에 알렸으나 시장 비서실 정무라인에서 해당 사안을 덮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서울시 측에 알렸으나 시장 비서실 정무라인에서 해당 사안을 덮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경찰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고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착수했지만 성추행 혐의나 수사기밀 유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아이폰의 통화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파일을 추리는 데는 2~3일 정도면 되지만, 각 파일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영장을 받거나 아이폰 소유주인 서울시와 사용자인 박 전 시장 유족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아이폰 포렌식 해도 사망 경위에 집중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아이폰을 통해 우선 사망 경위를 캐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3일 “비밀번호를 풀었다고 해서 아이폰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고 포렌식으로 분석한 자료만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렌식 분석 자료 중에서도 어떤 파일을 수사팀이 볼 수 있는지는 서울시와 유족 측의 변호인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전 박 전 시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해제할 때도 유족 측과 서울시의 변호사가 각각 참관했다.

성추행·수사기밀유출 의혹은 영장 발급받아야  

박 전 시장의 유족과 서울시 측은 경찰이 증거로 사용할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모바일 메신저 기록 등을 추리는 작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경찰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박 전 시장이 숨진 경위를 밝힐 수 있는 증거로 국한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변사 전 일정 시간에 한정해서 통화 내역을 볼 수 있다”며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 메모장 등은 시점보다 내용을 기준으로 들여다볼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추적하면서 성추행 의혹 관련 내용이 나오더라도 유족과 서울시 측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렌식 작업 후에는 서울시에 돌려줘야  

경찰은 "포렌식 결과 중에서도 성추행 혐의나 서울시의 방조 의혹, 고소 사실 유출 등을 수사하려면 관련 영장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시청과 박 전 시장의 아이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법원은 또 경찰이 지난 17일 아이폰 외에 박 전 시장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2대에 대해 신청한 통신 영장에 대해서도 "강제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발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이폰의 포렌식 작업에 착수한 뒤 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여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포렌식 작업 후 검찰의 가환부(피의자에게 압수물을 돌려주는 조치) 결정이 나오면 아이폰을 서울시에 돌려줘야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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