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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세금 줄이고 부자증세, 10억 초과 소득세율 45%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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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개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부총리,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개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부총리,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내년부터 연간 10억원 넘게 버는 고소득자는 많게는 소득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연 소득 10억원 초과분에 대한 세율이 4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42%)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방소득세(소득세의 10%)를 포함하면 납세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은 49.5%가 된다. 문재인 정부표 ‘부자 증세’의 속편인 셈이다.

1만6000명 소득세 9000억 더 부담 #자영업자 8000만원까지 간이과세 #동학개미 반발에 양도세 공제 확대 #연 수익 2000만→5000만원 조정 #손실공제 이월 3년→5년으로 늘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런 내용의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고 담세(세금 부담) 여력도 있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해 제한적으로 최고세율을 부과하게 됐다”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하는 나라는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달라진 금융세제 선진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달라진 금융세제 선진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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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소득세율 45%가 적용되는 인원은 약 1만6000명이다. 부동산 등을 팔아 차익을 얻었을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빼고 근로·종합소득세만 따지면 1만1000명 정도다. 소득 상위 0.05%에 해당한다. 소득세 납세자 2000명 중 한 명꼴이다. 이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소득세는 연간 9000억원 정도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7년 세법 개정안에서 이미 한 차례 인상했다. 당시 정부는 연 소득 5억원 초과분에 대한 소득세율을 42%로 올리고 2018년부터 적용했다. 기존 최고세율(40%)보다 2%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과세표준 구간 조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과세표준 구간 조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식형 펀드도 양도세 공제 대상 포함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렀던 주식 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은 후퇴했다. 2023년부터 국내 상장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로 연간 5000만원 넘게 벌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당초 기재부는 주식 투자로 버는 돈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 의욕을 꺾으면 안 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기재부가 연간 공제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해외 주식과 비상장 주식, 채권·파생금융상품은 하나로 묶어 연간 250만원 넘게 벌면 세금을 물린다.

금융시장 활성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시장 활성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투자 소득세를 도입하는 시기는 당초 계획했던 2022년에서 1년 늦췄다. 정부는 주식형 펀드에는 별도의 공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지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자 방침을 바꿨다.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던 증권거래세의 인하 시기는 앞당겼다.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율은 내년에 우선 0.02%포인트를 내린다. 2023년에는 추가로 0.08%포인트 인하한다. 2023년부터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팔 때 0.1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면 증권거래세로 1500원을 내야 한다. 다만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도세와 거래세의 ‘이중 과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투자자는 정부 추산으로 약 15만 명이다. 전체 주식 투자자의 2.5% 수준이다.

세금을 매길 때는 한 해 동안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벌어들인 금액과 손해 본 금액은 합쳐서 계산한다. 금융투자 소득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분은 25%가 적용된다.

예컨대 주식 투자로 6000만원을 벌었다면 5000만원을 공제한 뒤 남은 1000만원에 대해 20%(200만원)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증권사를 통해 투자했다면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 소득에 대해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한 해 동안 주식·펀드 투자에서 이익보다 손해를 더 많이 봤다면 이듬해 이후로 넘겨 세금을 계산할 때 공제받을 수 있다. 손실공제의 이월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예컨대 2023년에 주식 투자로 1억원을 잃었다면 2024~2028년에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더라도 기존에 손해본 1억원을 메울 때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대폭 향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대폭 향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규모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현재 연 매출 4800만원에서 내년에는 8000만원으로 높아진다. 기준 금액이 인상되는 만큼 간이과세자로 편입되는 자영업자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간이과세의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2000년 7월 이후 20년 만이다. 부가가치세를 내는 의무가 아예 면제되는 자영업자의 기준은 연 매출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올라간다.

오늘 입법예고, 내달 말 국무회의 심의 

다만 일반과세자였다가 간이과세자로 전환되는 사업자(연 매출 4800만~8000만원)라면 세금계산서는 계속 발급할 의무가 있다. 자칫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보완 조치다. 부동산 임대업과 유흥업 등은 간이과세 확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23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 뒤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23일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돼 내년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세종=조현숙·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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