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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감세라지만…1.7조 중 1.1조는 증권거래세 인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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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정부가 잡은 방향은 ‘서민 감세, 부자 증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으로 서민·중산층(총급여 7000만원 이하)과 중소기업은 1조7688억원의 세금 부담을 던다. 대신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추가로 1조876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기재부가 추산한 세수 증가 효과는 676억원이다. 이 정도면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조세 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증세 논쟁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소득층·대기업은 1.8조 증세 #홍남기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전문가 “증권거래세 낮춘다고 #서민 부담 덜어준다 보기 어려워”

계층별 세부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계층별 세부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재부가 밝힌 서민·중산층 감세 효과(1조7688억원) 중 약 1조1000억원은 증권거래세 인하에서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감소액 2조4000억원 중 법인·외국인 몫을 뺀 4분의 3이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증시에서 주식을 파는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서민·중산층의 보편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보기엔 무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 거래를 안 하는 서민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세 인하는) 서민을 도와주는 것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연도별 세수효과.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연도별 세수효과.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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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의 기준 상향과 중소기업 특허 비용의 세액 공제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줬다고 설명한다. 다만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 등은 대부분 기존 사업을 연장하는 데 그쳤다.

‘부자 증세’는 확실했다. 기재부는 ▶2023년부터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며 ▶10억원 넘는 고소득자에 대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인상했다. 홍 부총리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자영업자·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세대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 공제에 거주기간 요건 추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세대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 공제에 거주기간 요건 추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재부의 세수 가정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종부세가 내년에 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후년부터는 종부세 총액이 더 많아지지 않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 중 최소한 한 가지는 충족돼야 한다.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전혀 인상되지 않거나 ▶공시가격은 인상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대거 집을 처분해 종부세율을 무겁게 물리는 대상이 줄어야 한다. 변광욱 기재부 재산세과장은 “(다주택자 등이) 일정 부분 매도할 것으로 가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정부의 세수 추계에선 올해는 90%, 내년에는 95%를 적용하고 내후년에는 100%가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의 점진적인 인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매길 때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만일 공시가격에 아무런 변함이 없더라도 이 비율이 높아지면 종부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경제가 성장한다면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종부세 세수도 기본적으로 늘어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김남준·임성빈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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