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은 돈대로 든 '의약분업' 성과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16일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분석자료를 보면 의약분업이 재정악화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 4조원의 90%가 넘은 3조7천여억원이 의약분업으로 인해 새로 생긴 적자다.

하지만 항생제 처방이 줄지 않는 등 의약분업의 효과는 아직 미미해 '돈만 더 드는 의약분업' 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 속수무책 의보재정 적자〓재정적자를 야기한 원인이 정확히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이후 세차례의 의보 수가인상(24.5%) 으로 1조8천2백억원이▶본인부담금은 3천2백원으로 묶어둔 채 정액진료 기준만 올리는 바람에 5천4백50억원이 더 들게 됐다.

분업 전 약국에서 임의조제하던 환자가 의료기관 진료를 받으면서 6천8백억원이, 고가약 처방이 늘면서 7천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

또 건강보험 혜택 범위확대.환자 진료건수 증가 등으로 올해 9천억원이 증가한다.

지난해에 비해 의료보험 재정에서 추가로 나가야 할 돈의 합계가 4조6천여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 약국 의료보험이 없어지면서 3천여억원을 절감하고 각종 재정안정화 대책의 효과가 올해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4조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재정적립금 9천1백9억원을 다 까먹고도 3조원이 모자라게 됐다. 그래서 올해 최소한 20%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직장의료보험의 적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7천1백여억원이었으나 올해는 3.2배인 2조3천여억원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 의약분업 효과 미미〓분업효과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분업 전보다 약간 나아졌다곤 하나 9월 이후 매월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처방 건당 약.항생제.주사약 수 등은 분업 전인 지난해 5월에 비해 각각 4.9%, 1.1%, 11.6% 줄었다. 하지만 12월에는 9월에 비해 각각 4.8%, 11.2%, 9.6% 늘었다.

의료계 파업이 끝나고 진료가 정상화되면서 서서히 종전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가약 처방이 60% 가량 늘면서 동네의원의 처방 건당 약값은 분업 후에 33.2% 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의혹을 뒷받침하는 분석도 나왔다.

전체 약국의 25%가 특정 병.의원의 처방전을 71% 이상 처리하고 있다. 의료기관 주변의 약국들이 처방전을 독식하고 동네약국으로 분산되지 않아 약국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사제 처방률이 떨어지고 약제비가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줄고 있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긴 하다. 이 부분이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기엔 아직 미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주사제.항생제.고가약 처방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하고 의료계 내부의 자정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