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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 FA 허경민, 열심히 뛰다보니 어느새 ‘특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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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허경민. [뉴시스]

허경민. [뉴시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는 올겨울 거센 한파가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단들 수입이 크게 줄었다.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A급 FA가 유독 많은 해다. ‘예비 FA’의 속은 타들어 간다.

유격수도 거뜬, 두산 효자 3루수 #최근 5할 타율, 득점권 타율 8할 #부상 김재호 대신 수비서도 펄펄

두산 베어스 허경민(31·사진)은 예외다. 이달 들어 무서운 페이스로 예비 FA 파워를 뽐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손가락 골절에 발목을 잡혔다. 부상자 명단에 두 차례 올랐다. 몸 상태가 좋아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살아났다. 우선 맹타 행진이다. 20일까지 이번 달 15경기 타율이 0.508(59타수 30안타)이다. 두산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던 시기에 때마침 맹활약했다. 3위 키움 히어로즈와 4위 LG 트윈스의 추격이 거셌던 지난 한 주(14~19일)의 활약이 백미였다.

6경기에서 타율 0.524(21타수 11안타)로 펄펄 날았다. 안타 11개 중 6개는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때려냈다. 주간 득점권 타율이 0.857다. OPS(출루율+장타율)도 1.124다. 두산은 허경민의 활약을 앞세워 주간 성적 4승 2패로 2위 자리를 지켰다.

공격만 빛난 게 아니다. 허경민은 광주일고 시절 오지환(LG), 이학주, 김상수(이상 삼성 라이온즈), 안치홍(롯데 자이언츠)과 고교야구 ‘5대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09년 입단 이래 주로 3루수를 맡았다. 손시헌과 김재호가 두산 주전 유격수로 장기집권해서다. 이달에는 11년간 묵혔던 유격수 재능까지 맘껏 뽐냈다. 1373일 만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1일 고척 키움 전이 신호탄이었다. 어깨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김재호의 빈자리를 안정적인 수비로 채웠다.

허경민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잠도 잘 못 잤다. 고교 시절 좋은 유격수였다고들 하지만, 10년도 더 지난 얘기다. 실수라도 할까 봐 많이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기우였다. ‘유격수 허경민’의 훌륭한 수비 덕분에 두산은 걱정을 덜었다. 김재호가 16일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김태형 감독은 망설임 없이 허경민을 유격수로 선발 기용했다. 사흘간 그의 수비를 지켜본 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또 허경민 자신이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팀에서 지금 (김재호를 제외하면) 유격수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허경민”이라고 칭찬했다.

FA 허경민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기존 포지션인 3루수는 장타를 많이 생산해야 능력을 인정받는 자리다. 유격수는 안정적인 수비력이 타격보다 더 중요한 평가 요소다. 두 포지션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안타까지 많이 친다면 금상첨화. 허경민이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시즌 전 스카우팅 리포트에 ‘수준급 FA’로 분류됐던 허경민의 평가는 ‘특급 FA’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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