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초만에 28m 앞 車 쾅…하루 5건 연쇄추돌 둔내터널의 저주

중앙일보

입력

2017년 6월 22일 오전 11시35분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둔내터널에서 관광버스가 앞서 가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중앙포토

2017년 6월 22일 오전 11시35분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둔내터널에서 관광버스가 앞서 가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중앙포토

지난 18일 오후 2시 48분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둔내터널 안. 강릉 방향으로 향하던 차량 5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터널 안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동해안으로 떠나는 피서객의 차량이 몰리면서 지·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연쇄 추돌 사고는 뒤에 있던 승용차가 제때 멈추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날 사고에서 다친 사람은 없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는 없었다.

내리막길서 안전거리 미확보…브레이크 잡자 뒤차들 ‘쾅’ #산악지형 특성상 터널 구간 내 오르막·내리막길 있어

 앞서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40분쯤에도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둔내터널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도 터널 안에서 지·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이 사고 역시 뒤차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중앙고속도로 등을 담당하는 고속도로순찰대 7지구대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둔내터널에선 총 5건의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둔내터널 안에서 이처럼 연쇄 추돌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는 뭘까. 길이 3.3㎞, 편도 2차의 쌍굴 터널인 둔내터널엔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있다. 통상 터널의 경우 평지에 뚫지만, 산악 지형이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비용 등의 문제로 일부 터널엔 오르막과 내리막이 생길 수밖에 없다.

터널 안 안전거리 확보가 가장 중요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과 봉평터널 구간.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과 봉평터널 구간.

 고속도로순찰대 7지구대 관계자는 “둔내터널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구조라 운전자들이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감속을 한다”며 “그렇게 되면 뒤로 갈수록 차들이 더 빨리 속도를 줄여야 해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조금만 늦어도 추돌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18일 추돌 사고는 대부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차량이 평균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1초에 28m를 주행한다. 단 1초만 한눈을 팔아도 28m 앞에 갑자기 선 차량과 추돌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시속 100㎞일 경우 최소 100m의 안전거리를, 지·정체로 속도가 시속 40~50㎞로 줄었을 경우에도 최소 20m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강원본부 교수는 “지·정체 상황에선 반드시 비상등을 켜고 20m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끼어들기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터널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곳에 터널 내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전광판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비상등 켜고 끼어들기 자제해야

2017년 6월 22일 오전 11시35분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둔내터널에서 관광버스가 앞서 가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중앙포토

2017년 6월 22일 오전 11시35분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둔내터널에서 관광버스가 앞서 가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중앙포토

 둔내터널은 영동고속도로 구간 중 가장 사고가 잦은 ‘마의 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종종 대형사고도 발생한다. 강원지방경찰청이 둔내터널~봉평터널 전·후 1.5㎞(총 14.1㎞)에서 발생한 사고(2012~2017년 5월 15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도로에선 2012년 이후 10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36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요일별로는 관광객이 몰려 지·정체가 수시로 발생하는 주말에 사고가 집중됐다. 일요일이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토요일이 24건, 금요일 15건, 월요일과 수요일이 각각 10건, 목요일 6건, 화요일이 5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대별 분석에선 105건의 사고 중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에 발생한 사고가 44건(41.9%)으로 가장 많았다. 또 사고 노선은 강릉방면과 인천방면 양방향에서 고르게 발생해 각각 51건과 50건, 나머지 4건은 톨게이트 주변에서 발생했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