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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영장판사가 '검언신뢰 회복' 언급…명백히 정치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이모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이모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채널A 기자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법원 결정에 별 이의 없지만, 발부사유에 대해선 “명백히 정치성을 띄고 있다”며 우려했다.

진 전 교수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라젠 로비 의혹’을 취재하다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영장발부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채널A 기자가 법적 처벌을 받을 정도로 잘못했다면 당연히 그 처벌을 받아야 하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밤 오후 이른바 ‘검언유착’의 핵심 당사자인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검사장과 친분을 내세워 이철(55·복역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할 것을 강요했다는 혐의(강요미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발부 사유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있는 점,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한 점,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은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 전 교수는 “영장발부 사유로 제시된 ‘언론과 검찰의 신뢰회복’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는 “‘검언유착’이라는 말은 적폐수사를 할 때만 해도 나오지 않다가 조국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프레임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그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은 '검찰개혁'의 미명 하에 권력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덮는 데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검언유착’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영장판사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끝으로 진 전 교수는 “영장발부사유로 제시한 ‘언론과 검찰의 신뢰회복’은 한 기자와 한 검사의 개별적 일탈에 관한 언급이 아닌 상황에 대한 어떤 ‘일반적’ 판단, 즉 검찰집단과 언론집단이 모종의 유착관계에 있다는 판단이다”면서 “그 판단은 보편성이 없는 것으로, 명백히 정치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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