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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집권’ 푸틴과 ‘홍콩 위기’ 시진핑 손잡고 “외세 간섭 배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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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호 16면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홍콩 보안법, 중·러 vs 서방

지난 15일 홍콩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홍콩 보안법(국가안전법) 홍보 문구가 적힌 보행로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홍콩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홍콩 보안법(국가안전법) 홍보 문구가 적힌 보행로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가 국제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시행한 홍콩 보안법에 대해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북한도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냉전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역풍 시진핑, 푸틴과 통화 #“중국 주권 훼손에 반대” 공조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미·영 등 서방, 중국 제재 시동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 안보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확고히 지지하며,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는 어떠한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무대에서도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철권통치’ 중·러 정상 긴밀 협력 의지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는 ‘철권통치’라는 서방 세계의 비난을 받는 두 정상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허용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푸틴의 영구 집권 시나리오가 본격 가동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주권 수호와 장기적인 정치 안정을 위해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이날 두 정상 대화의 키워드는 주권 수호와 외세의 개입 배제로, 두 정상은 이를 서방 측의 비판에 맞서는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다자주의 수호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는 서방과 대립각을 세울 때 종종 두드러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 여론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제지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다. 자국 문제뿐 아니라 북한 핵 문제와 시리아 내전 등 국제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두 나라는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중·러 정상 간 협력 강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두드러진다. 두 정상은 세계보건기구(WHO)를 지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중국 편을 들고 나섰다. 조선신보는 지난 13일 “중·미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북한)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당과 정부가 취하는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압박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이제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홍콩이 받아온 무역 거래에서의 우대는 사라지게 됐다. 미 의회는 최근 홍콩 보안법에 관여한 중국 관리·단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압류되고 미국 입국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16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화웨이 등 중국의 인권 탄압을 지원한 기업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대사를 불러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으로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력 항의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영국에 홍콩 망명 의회 신설도 검토

한때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과 중국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홍콩 반환 조건이었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중국 정부가 무시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내년부터 5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 화웨이의 제품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기존 화웨이 장비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과거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 290만 명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도 개정했다. 중국 관영방송인 중국국제TV(CGTN)도 홍콩 시위와 관련한 불공정 보도를 이유로 제재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영국에 홍콩 망명 의회를 세우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화 운동 경력을 인정받아 영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사이먼 정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에 저항하기 위해 망명 의회를 구상하고 있다”며 “망명 의회를 세우면 민주주의를 결코 막을 수 없다는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캐나다와 홍콩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의 효력을 중단시켰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일국양제의 굳건한 신봉자”라며 “홍콩인들의 캐나다 이민을 장려할 추가 조치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도 홍콩 보안법을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의 홍콩 보안법 우려 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홍콩 정부에 이용자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서방 세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홍콩을 더욱 옥죄고 있다. 홍콩 보안법에 따라 창설된 홍콩 국가안보위원회는 경찰에 강력한 인터넷 검열권을 부여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개인과 인터넷 제공 업체에 해당 내용을 삭제하거나 대중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동안 시위대가 활용했던 온라인 토론방에 대한 검열과 폐쇄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없이도 홍콩 보안법과 관련된 장소에 대해선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했고, 행정장관 승인하에 보안법 관련 피의자에 대한 도청·감시·미행 등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보안법은 다른 나라의 국가보안법보다 온건하고 관대한 법”이라며 “홍콩 보안법은 홍콩을 다시 안전한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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