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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버버리·샤넬·구찌는 왜 게임에 꽂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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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지난 6일 온라인 게임 'B 서프'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이 게임엔 버버리의 여름 신상품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별도 설치 없이 버버리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세계 이용자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버버리를 비롯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구찌,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게임과 명품, 둘의 만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중국 시장과 젊은 세대 공략하자” #명품 브랜드 게임 활용 마케팅 열풍 #게임 출시, 제품 체험 스토어 개장 #캐릭터 의상 실제 매장서 팔기도

버버리 여름 신상품을 착용한 게임 속 동물 캐릭터.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전 세계 유저들과 서프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버버리]

버버리 여름 신상품을 착용한 게임 속 동물 캐릭터.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전 세계 유저들과 서프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버버리]

무슨 일이야?   

· '엔드리스 러너'(루이비통), '구찌 에이스'(구찌), 'H피치'(에르메스) 등이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게임이다. 별도 설치할 필요 없고, 조작이 간편하다. 샤넬은 서울,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게임을 즐기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루이비통이 2019년 제작한 게임 앤드리스 러너. [중앙포토]

루이비통이 2019년 제작한 게임 앤드리스 러너. [중앙포토]

· 게임 속으로 들어간 명품 브랜드도 있다. 루이비통은 2016년 일본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13’ 게임 캐릭터를 실제 모델로 기용해 반향을 일으켰다. 게임 마케팅 효과를 체험한 루이비통은 지난해 9월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제작사 라이엇게임즈와 2년간 파트너십을 맺었다. 루이비통 디자이너가 제작한 롤 게임 속 캐릭터 의상(스킨)을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 지난 5월 구찌는 모바일 게임 '테니스클래시'에,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는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 캐릭터 의상을 공개했다. 게임 캐릭터 의상은 모두 실제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 e스포츠와의 협업도 늘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롤드컵(롤 월드챔피언십) 트로피 케이스를 제작했고, 게임 중계 화면에만 노출되는 배너 광고도 했다. 강정현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길어 브랜드 노출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게임 파이널판타지 캐릭터 라이트닝을 모델로 기용한 루이비통 [루이비통 홈페이지]

일본 게임 파이널판타지 캐릭터 라이트닝을 모델로 기용한 루이비통 [루이비통 홈페이지]

이게 왜 중요해?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미래 고객인 MZ세대(1980년대 초반 ~ 2000년대 초반 출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마케팅업체 PMX에이전시는 2025년까지 명품 시장의 45%를 MZ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비통에서 디자인한 스킨(의상)을 입은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키아나'. [라이엇게임즈]

루이비통에서 디자인한 스킨(의상)을 입은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키아나'. [라이엇게임즈]

· MZ세대는 게임 플랫폼 안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데 능숙하다. 이들에게 게임은 소셜 플랫폼이나 다름없다.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도 늙어간다. '사모님 백'이라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게임과 손을 잡은 것"이라며 "MZ세대에게 브랜드를 노출해 친화도를 높이면서 충성 고객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 게임 같은 가상현실 공간을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가상현실에서 기업은 광고와 각종 브랜드 제품 판매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기업들은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사고와 기법이 활용되는 것)을 기업 마케팅, 교육, 사회공헌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강정현 연구원은 "게임과 명품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각 산업에 없는 가치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이미피케이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에 따르면 2019년 63억 달러(약 7조6000억원)이던 이 시장은 2027년 370억 달러(약 44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

빅 픽쳐

전세계 명품 시장의 35% 이상(베인앤드컴퍼니 2019년 조사)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중국의 게임·명품 시장 모두 세계 1위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는 2013년 117억 위안(약 2조원)에서 2019년 1581억 위안(약 27조원)으로 7년간 13.5배 성장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루이비통은 지난해 롤드컵(롤 월드챔피언십) 트로피 케이스를 제작했다. [라이엇게임즈]

루이비통은 지난해 롤드컵(롤 월드챔피언십) 트로피 케이스를 제작했다. [라이엇게임즈]

· 명품 회사들의 게임 마케팅은 위챗 등 중국 소셜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3월 "중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절반(50%)이 여성"이라며 "명품 브랜드의 게임 마케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전성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 등을 통한 중국인들의 명품 쇼핑도 제약을 받게 됐다"며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시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지만 국내 게임사와 명품 브랜드의 협업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 외형은 커졌고,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게임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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